8월 경상흑자 4억달러 그쳐… 수출 전선 얼어붙은 탓
입력 2011-09-29 21:54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미국·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수출 감소로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외부 악재로 기존 상승세는 당분간 꺾일 것으로 보인다. 수출업체들의 체감경기도 크게 악화되고 있어 정부의 수출 경쟁력 강화 대응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입 흑자 10분의 1 감소=한국은행은 ‘8월 국제수지’에서 경상수지는 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1월 1억6000만 달러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전월보다 흑자 규모가 33억7000만 달러나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한 것은 선진국 경기후퇴에 따른 수출 감소 탓이 크다.
상품수지는 전달보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흑자 규모가 47억3000만 달러에서 4억8000만 달러로 10분의 1토막 났다. 수출은 457억9000만 달러로 지난 2월 372억3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한은은 수출 감소가 기업의 휴무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수지 흑자 폭이 급감한 배경을 여름철 휴가 때문으로 보기도 어렵다. 실제 2010년, 2009년 8월 상품수지를 보면 각각 28억3000만 달러, 19억2000만 달러 흑자로 올 8월보다 최소 3배 이상 기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3%, 22.1% 감소했고 전기전자제품 수출도 1.7% 주는 등 주력 수출품목들이 주저앉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은 각각 5개월, 7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선진국 재정위기가 8월부터 본격화된 만큼 IT 수출 감소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의 적자 규모는 여행수입 증가와 대외송금 수지 개선의 영향으로 각각 1억 달러 이상 축소됐다. 특히 본원소득수지의 흑자 규모가 배당과 이자수지 개선으로 전월 7000만 달러에서 7억 달러로 10배가량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했다.
한은 양재룡 금융통계부장은 “9월에도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통계와 현재까지 흑자 규모를 고려할 때 한은에서 전망한 연간 경상수지 155억 달러 흑자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출업체 체감경기 급랭=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당장 수출업체 체감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2011년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조사’에서 4분기 EBSI가 전 분기보다 18.2포인트 하락한 89.8로 2009년 1분기(66.1)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EBSI가 100 이상이면 지난 분기보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날 지식경제부 주재 ‘실물경제 동향 점검을 위한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업종별 협회장들은 앞으로 전자와 반도체, 조선 등은 선진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장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외 불안요인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9월 경상수지 흑자 폭도 10억 달러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4분기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