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대비 가계빚 비중 인도의 8배… 총부채 상승률 선진국 크게 상회
입력 2011-09-29 18:49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주요 신흥국가보다 최대 8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5년 이후 우리나라 총부채 상승률은 선진국을 크게 웃돌았다. 사실상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고부채국가로 판명난 것이다. 국내 100가구 중 8가구는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29일 내놓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선진 10개국 및 신흥 3개국과의 가계부채를 비교한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0%로 평균치(65%)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부채대국인 일본의 가계부채 비중은 66%이고 독일과 프랑스 등도 60%를 밑돌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신흥시장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일원들보다 최소 6∼8배가량 높았다. 브라질은 GDP 대비 가계부채가 13%이며 중국 12%, 인도는 10% 수준에 불과했다. 스위스가 114%로 가장 높았고 미국은 92%였다.
한은 전승철 정책총괄팀장은 “가계부문의 부채 수준은 우리가 신흥시장국은 물론 일부 선진국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브릭스 국가들의 경우 소비자 금융시장이 우리보다 덜 발달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합한 총부채(매크로 레버리지) 비중은 우리나라가 GDP 대비 215%로 조사대상국의 평균치(233%)를 밑돌았다. 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선진국보다 크게 가팔랐다. 2005∼2010년 우리나라의 매크로 레버리지 연평균 상승폭은 8.8%로 선진국 10개국과 비교할 때 4번째로 높았다. 스페인(12.9%) 영국(11.6%) 프랑스(9.6%)만 우리보다 상위 순위에 놓였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과다채무가구(연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는 7.8%로 나타났다. 전 팀장은 “이 같은 조사를 전에 한 적이 없어 비교할 수 없지만 외국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다채무가구 가운데 70.6%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순금융부채가구였으며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많은 순부채가구 비중도 13%에 달해 유동성과 재무건전성 모두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과다채무가구는 빚을 얻은 목적의 절반(48.8%)이 생계형으로 소득 상위 20%(5분위) 과다채무가구의 생계형 차입 비중(24.8%)의 2배 가까이 됐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