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24시 동행 르포-① 한나라당 나경원] 지하철서 본 남학생 “나경원이다!”… 시민과 즉석 간담회

입력 2011-09-29 15:03


“지금도 예쁘지만 더 예뻐지세요.”

29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개찰구. 노상에서 인근 미용관리센터를 홍보하던 한 여성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인사를 하며 홍보물을 건넸다. 기자가 “미모 때문에 다른 부분이 가려지는데 서운하지 않느냐”고 묻자 나 후보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인상이 좋다고들 생각하시는 것 같다. 앞으로 저를 다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그의 수려한 외모가 화두에 올랐다. 김 전 대통령은 “나 후보는 누가 봐도 멋있는 여자다. 선거에서 그 점이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나 후보가 “오히려 손해라고도 한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아니다. 외모가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추켜세웠다. 김 전 대통령이 “사자가 토끼를 한 마리 잡아도 최선을 다한다”며 분발을 당부하자 나 후보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신당동 자택에서 “아직 피부도 긴장하고 있고 더 예뻐지셨다”며 “선거일인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날이다. 박 전 대통령이 나 후보를 격려해 줄 것”이라고 힘을 북돋아 줬다.

나 후보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 나타나자 그를 알아본 시민들은 먼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의 인기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은 “나경원이다”라고 외쳤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는 같은 또래 주부 3명과 즉석 간담회도 열렸다. 나 후보는 “서울시 한 해 복지예산이 28조원이다. 여자들이 살림하듯이 복지예산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써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정책을 논하던 나 후보에게 한 20대 여성은 휴대전화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다.

앞서 나 후보는 광화문 인근 지하 하수관로를 둘러봤다.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먹구름색 상의를 입고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나 후보는 방수복까지 걸쳤다. 지난여름 폭우로 초유의 침수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던 이 일대는 오세훈 전 시장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곳이다.

2.5m 깊이 하수관로 바닥까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나 후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손전등 불빛을 구석구석 비췄다. 역한 오수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마스크를 내리고 “하수관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를 잘해야 하고, 상시 침수지역 하수관로는 대대적으로 교체하겠다”며 침수예방 대책을 조근조근 풀어냈다.

나 후보가 여당 후보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둘째 날,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오후에 그쳤지만 하늘은 하루 종일 흐렸다. 나 후보 동선을 따라가던 택시 안에서는 범여권 시민후보로 추대됐다 중도하차한 이석연 변호사가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나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에 답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