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라크 유전개발 합의는 뻥튀기”

입력 2011-09-29 18:31

2009년 2월 한국·이라크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이라크 유전개발 양해각서(MOU)는 구체적 내용이 없는 대국민 홍보용이었던 것으로 29일 드러났다. 정부는 미국 측에는 이 MOU가 설익은 것이었다고 정상회담 직후 알려줬다.

주한 미국 대사관이 그해 2월 26일 작성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당시 외교통상부 중동과장은 미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양국 사이에 체결된 MOU가 설익은 상태에서(prematurely) 보도자료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외교전문은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해 2월 24일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통해 MOU가 체결되는 남부 바스라 지역의 유전은 20억 배럴 규모로 우리나라 연간 석유수입 규모의 3배이며, 이미 석유가 생산되고 있는 광구에서 처음으로 개발을 하게 됐다고 홍보했다.

외교통상부 중동과장은 이틀 후인 26일 미 대사관 측에 “MOU 초안은 정상회담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두 정상이 한 시간 동안 구체적인 사안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해 5월 바그다드에서 이에 관한 실무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는 “MOU는 청와대 보도자료와 달리 구체적 산물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실제로 이라크 정부는 정상회담 한 달여 후인 4월 초 한국석유공사와 SK에너지 등 한국 기업을 유전 개발 입찰에서 배제했다. 반목 관계인 쿠르드 지역에서 이들 기업이 유전 개발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그해 4월 우리 대표단과의 협의에서도 개발권에 관해 확답을 주지 않았고, 그해 6월까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도 실현되지 못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