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형 항공기로 테러 시도 적발”… 폭탄 장착 국방부청사·의사당 공격 계획
입력 2011-09-29 18:22
모형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 국방부와 의사당을 공격하려던 워싱턴판 9·11 폭탄테러 기도가 적발됐다. 용의자는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20대 미국 남성이다.
보스턴 연방검찰청은 28일(현지시간) 플라스틱 폭탄(C4)을 채운 원격조종 항공기를 이용해 국방부 청사와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던 계획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계획을 꾸민 미국 국적의 레즈완 페르도스(26)를 이날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페르도스는 해외 주둔 미군을 공격할 수 있도록 알 카에다에 물자 등을 제공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페르도스는 보스턴 외곽인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FBI) 비밀요원으로부터 워싱턴 테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미리 부탁한 폭발물과 수류탄, AK-47 소총 등 무기를 넘겨받다 체포됐다.
미 언론들은 수사 당국자의 말을 인용, 페르도스는 노스이스턴대학 물리학과 졸업했고 알카에다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지난해 초부터 미국을 표적으로 한 지하드(성전)를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체포 이전에 알카에다 요원으로 위장한 FBI 비밀요원들에게 급조폭발물(IED)용 전기 스위치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휴대전화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ED는 아프간에서 알카에다가 미군 병사들을 공격할 때 자주 활용하는 수단으로, 미군 사상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고 있다.
검찰이 밝힌 진술서에 따르면 페르도스는 올해 FBI 비밀요원을 만났을 때 폭발물을 채운 인공위성항법장치(GPS) 장착 무인 항공기를 이용, 국방부와 의사당을 공격할 계획을 밝혔었다.
수사 당국은 “올해 5월과 6월에 페르도스는 비밀요원들에게 국방부와 의사당 공격을 위한 단계적 실행방법 등 상세 공격계획을 담은 2개의 이동식 저장장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 실행을 위해 워싱턴DC의 의사당을 방문해 주변을 탐색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페르도스의 테러 계획은 가장 위험하고 적발하기 어려운 ‘자생적 테러’와 ‘나홀로 테러’가 결합된 전형적인 사례로 ‘미국인에 의한 미국인 대규모 테러’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충격적이다. 국토안보부나 FBI 등은 자생적 테러나 나홀로 테러가 앞으로 미국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테러의 한 형태라고 경고해 왔다. 페르도스는 재판에서 혐의가 확정될 경우 최장 15∼20년 징역형을 받게 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