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융통성 없는 ‘순직 조종사 예우’… 2435원 받는 헬멧 순직자 유가족엔 74만원에 팔아

입력 2011-09-29 23:59

공군이 비행 훈련 중 순직한 조종사 유가족들에게 헬멧 등 항공장구를 ‘비싼 값’에 팔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15년 이상 장기 복무한 뒤 전역하는 조종사들이 항공장구를 몇백∼몇천원이라는 초저가로 넘겨받는 것과 비교하면 순직자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강원도 대관령 한 능선에 공군 F-5 전투기 1대가 추락, 타고 있던 훈련교관 A대령과 B대위가 숨졌다. A대령은 20년간 복무한 베테랑 조종사로, 유가족들은 같은 해 11월 고인을 추억하기 위해 115만5891원을 주고 헬멧과 산소마스크 등을 샀다. 헬멧은 74만1224원, 산소마스크는 41만4667원이었다. 만약 A대령이 순직하지 않고 전역했다면 공군 표준 감가상각표에 따라 헬멧은 2435원, 산소마스크는 584원에 살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전역한 29년차 조종사는 헬멧 214원, 산소마스크 9원, 중력복(G슈트) 60원 등 283원을 내고 자신의 항공장구를 기념품으로 구입했다. 공군 관계자는 “전역 조종사에게 넘기는 장구는 중고품이고, 유가족에게 양도하는 장구는 새 것이라 원가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처사가 군이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 전역 조종사에게 항공장구를 저가 양도하는 취지를 생각한다면 순직한 조종사 유가족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