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한국적 콘텐츠 제안한 박종화 준비위 부위원장 “전 세계 삶의 이슈 나누는 ‘마당’ 펼칩니다”

입력 2011-09-29 21:13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27일부터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준비위원회의 성과를 꼽으라면 한국적인 ‘마당’ 개념이 도입됐다는 것이다. 마당은 평화 여성 인권 통일 분야 등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에큐메니컬 대화 공동체다. WCC는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 총회에서 ‘파다레’라는 이름으로, 2006년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 총회에서 ‘무티라오’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전 세계 위원들에게 한국적 콘텐츠를 제공한 박종화 서울 경동교회 목사를 29일 만나 마당의 개념과 한국교회의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박 목사는 91년부터 15년간 WCC 중앙위원을 맡았으며,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부위원장과 국제관계 총괄을 겸임하고 있다.

-‘마당’과 WCC 총회는 어떤 관계가 있나.

“마당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집 앞 정원도 마당이며, 문화공연장도 마당이다. 토론하는 곳, 시장도 마당이다. 특히 여러 사람이 만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이뤄내는 공간이다. WCC 총회에서도 정치 문화 종교 예배 등 다양한 주제로 마당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일례로 원자력 발전과 같은 무거운 주제와 가정 결혼 평화 등 삶의 이슈를 다룰 수 있다. 부산 벡스코 앞 광장에 300∼350개 부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꼭 공간의 제약을 받는 건 아니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마당을 설치할 수도 있다.”

-회의에 참석하면서 WCC 한국준비위원회 출범과정에서 겪은 논쟁이 소모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은 교단 대표들이 WCC 정신이나 회의 구조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주제 발표 후 장시간 토의하는 것을 봤지 않나. 논의는 결국 사람중심으로 가게 돼 있다. 여기엔 직급이고 자리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안별, 내용별로 치밀한 준비 없이 회의에 참석하다간 그냥 끝나버린다. 이들은 신학적으로 높은 수준을 갖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지닌 사람들이다. 실무자를 만나 통역없이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가능할 때 일을 할 수 있다.”

-일보다 자리에 집착하는 건 유교적 문화 때문은 아닐까.

“맞다. 유교문화의 폐단이다. 우리는 일보다 먼저 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갖고 있다. 이건 국제사회의 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높은 지위에 있는 어떤 분을 영입했는데 직함에 ‘보조(assistant)’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수평적 회의구조를 경험하고 WCC 본부 감독의 조력자라는 사실을 안 뒤 적극 동참하게 됐다. 한국교회는 조직을 짜는 일에 강할지 몰라도 내용을 채우는 작업, 콘텐츠를 만드는 일엔 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한국준비위원회 조직 과정에서 나온 불협화음은 모두 해소 된 건가.

“전처럼 계속 자리를 놓고 삐거덕 거렸다면 손님접대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괜찮다. WCC 본부는 한국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국 손님을 잘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총회에 한국교회 가치를 어떻게 집어넣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2013년 WCC 총회 개최 후 한국교회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직접 연결되는 혁명적 사건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엔 에큐메니컬 엘리트들이 이 일을 수행했다. 하지만 2013년은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전 세계 에큐메니컬 인사들이 한국교회를 직접 찾아와 만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청년 중 WCC 총회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총회기간 중 200개 이상의 성경공부 모임이 진행될 것이다. 뜻있는 목회자들은 여기에 동참할 수 있다. 또 총회를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자원봉사자가 1000명 이상 필요하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WCC 홈페이지에서 회의 문서를 잘 살펴보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에큐메니컬 신학강좌를 활용하면 된다.”

부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