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력 ‘도가니’ 파장]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 친인척 중심의 ‘족벌’ 차단

입력 2011-09-29 18:24


영화 ‘도가니’로 장애인 인권침해 실태가 부각됨에 따라 복지법인에서 공익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도가니법)이 곧 발의된다.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회기 안에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8월 발의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참고하고, 곧 구성될 ‘사회복지 투명성 및 인권 강화위원회’를 통해 모아진 의견을 반영해 개정안을 새로 마련키로 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법인 이사회가 공익이사를 선임할 의무가 없다.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아도 외부 감독기능이 차단돼 많은 복지법인이 친·인척 중심의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에도 복지부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개정안은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익이사 4분의 1 선임 의무화, 이사 정수 4분의 1 이상 사회복지전문가 선임, 법인등기 후 3개월 이상 기본 재산을 출연하지 않을 경우 허가 취소, 임원의 불법행위로 조사·감사를 받을 경우 복지부 장관이 해당 임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을 담았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일부 종교단체가 거세게 반발했고 한나라당이 동조하면서 개정안 통과가 무산됐다. 이들은 “개방형 이사제가 대다수 건전한 사회복지법인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고 복지현장을 부패의 온상으로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지부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29일 “며칠 전 영화를 보고 장애아동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도록 법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게 됐다”며 “다음 주 법안을 발의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급한 게 복지법인의 임원 제도를 개선하고 재단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복지부 장관 차원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의 직무를 정지토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진 의원이 ‘도가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이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고위정책회의에서 “인화학교 사건과 관련해 2007년 한나라당 방해로 무산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당론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최영희 의원이 지난해 10월에 발의한 성폭력방지특례법 개정안 처리도 서두르기로 했다. 현행 성폭력방지법에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형법 297조(강간) 또는 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항거불능’을 입증하기 어려워 가해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조항으로 악용돼 왔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