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로축구장의 한심한 응원문화
입력 2011-09-29 17:47
전북 현대와 일본의 세레소 오사카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차전이 벌어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7일 현대 측 관중이 ‘일본의 대지진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담긴 종이판을 내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세레소 측의 항의로 전반전 도중 종이판은 철거됐지만 세레소 측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정식으로 서한을 보내 전북 현대는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일본의 한 스포츠 전문지의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전북 현대 측은 황급히 사과했다. 이와 함께 문제의 종이판을 제작하거나 게시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대로 경기장 출입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법적인 책임도 물을 계획이라고 한다.
응원에 몰입한 관중이 경기장에 뛰어들거나 상대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일은 종종 발생한다. 사람을 열광시키는 운동경기의 속성상 분을 참지 못하거나 억울함을 제어할 수 없어 가끔 과격한 행동을 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흥분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저질이다.
대지진이란 엄청난 재난을 빗대 일본 선수들을 자극하려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비신사적인 행동이다. 한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국내 스타들을 향해 영국 관중들이 아시아인을 비아냥거리는 구호를 외쳤을 때 우리 팬들도 비분강개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사실을 뻔히 알 만한 축구팬들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벌여 현대 측도 할 말이 없게 됐다.
AFC 규정에는 관중이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거나 안전 문제를 일으킬 때,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플래카드를 내걸 때 해당 구단을 징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불꽃이 타는 홍염을 들고 응원한 관중 때문에 벌금을 낸 구단이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에 딱 들어맞는 규정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지만 응원단 관리 책임은 구단에 있는 만큼 전북현대 측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재발방지책을 찾기 바란다. 아울러 일본 국민과 축구팬들에게도 충분한 유감의 뜻을 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