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집 ‘삐딱이’… 거리 헤매며 가족의 소중함 깨달아
입력 2011-09-29 17:32
삐딱이를 찾아라/글 김태호 그림 정현진/비룡소
석양으로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퇴근길 도시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차들은 씽씽 달려가고, 카페 창문으로는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옵니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가족을, 친구를, 연인을 만날 시간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에게 돌아갈 집이 있는데 저기, 낙담한 얼굴을 한 행인에겐 갈 곳이 없습니다. 집 나간 집 ‘삐딱이’네요.
창문도, 굴뚝도, 지붕도 찌그러진 삐딱이. 얼마 전 삐딱이는 가출을 했습니다. 그건 최후의 선택이었습니다. 좁은 제 몸 안에서 바글대는 7남매 등쌀에 삐딱이는 몸도, 마음도 지쳐갔습니다. 아이가 둘일 때만해도 삐딱이는 엄마, 아빠와 행복했답니다. 하지만 셋으로, 다섯으로, 일곱으로 늘어난 아이들은 금세 감당할 수 없는 말썽꾸러기들이 됐습니다.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온 도시. 하지만 여기서도 삐딱이에게는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석양의 그림자만큼 긴 걱정을 드리운 채 삐딱이는 쓸쓸히 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삐딱이를 찾아라’는 집 나간 집 삐딱이의 도시 진출기입니다. 어렵게 찾아간 대도시에서 자동차와 행인에 치이고, 숲에서는 산적 떼를 만나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하지만 삐딱이의 가출이 행복한 결말을 맞을 거라는 것쯤,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빠르게 달려가는 저 파란 버스가 힌트입니다. 누군가 삐딱이를 찾고 있는 모양입니다.
종이 공예품을 사진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따뜻하고 정교한 데다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무엇보다 집을 의인화한 삐딱이의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는 게 신기하답니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