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의 기적' 이룬 숨은 천사들, 7년째 무료병원을 이끌다
입력 2011-09-29 19:53
[미션라이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혜택을 주라며 2억원의 성금을 낸 익명의 기부자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가리봉동 이주민의료센터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조선족과 외국인노동자를 돕기 위해 2004년 설립됐다. 무료진료를 하기에 늘 운영에 쩔쩔맸다. 그런데 언젠부턴가 이 사실을 안 익명의 기부자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특히 숨은 천사들 중에는 반짝 기부로 끝나지 않고 몇 년 동안 꾸준한 후원으로 기부금이 억대에 달하는 천사가 있었다.
이 기부자는 2007년부터 ‘여호와이레’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3000만원, 때로는 1500만원 등을 비정기적으로 후원 통장에 입금, 4년 동안 총 후원액이 무려 2억원에 달했다.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후원 담당자조차 누구인지 모른다. 다만 ‘여호와이레’가 ‘하나님이 준비하심’이란 뜻임을 미루어 볼 때 기독교인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이밖에 ‘샬롬’이란 기부자는 2009∼2011년 매년 수백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오병이어’는 수십만원씩 부정기적으로 후원한다. ‘헌금드립니다’와 ‘몽당연필’은 100만원과 10만원을 각각 익명으로 기부했다.
대표 김해성 목사는 “우리 사회엔 이주민을 차별하고 냉대하는 기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는 역동적인 기류가 훨씬 강하다”면서 “후원의 힘으로 만든 병원이 ‘이주민의료센터’이고, 깊은 정에서 생겨난 후원의 힘이 7년째 무료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어려운 가운데 병원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가리봉의 기적’이라고 말한다”며 “기적의 주역은 후원에 참여한 국민은행, 외환은행, 대한산업보건협회 같은 기업체 및 기관, 많은 개인, 그리고 익명의 후원자 분들이고 이들이 후원이 낯선 나라에서 곤경에 처한 이주민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의료센터는 다음 달 6일 오후4시 부근 한국외국인근로자센터 5층 강당에서 때늦은 개원 7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 갖는다.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노래와 장기자랑 등으로 축하 잔치가 열린다.
병원 측은 특히 숨은 천사인 ‘여호와이레’에게 특별감사패를 증정한다. 또 주인없는 감사패를 병원 벽에 부착해 숭고한 뜻을 기릴 예정이다.
감사패엔 “‘익명의 등불’인 귀하께서는 후원금 기부를 통해 꺼져가는 이주민들의 생명을 밝히면서 희망을 나누었기에 그 고귀한 사랑과 나눔의 뜻을 우리 사회와 함께 기리기 위해 주인 없는 감사패를 드립니다”라고 쓰일 예정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