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네티즌 20억명이 서로 머리 맞댄다면…

입력 2011-09-29 18:02


‘많아지면 달라진다’/클레이 셔키 / 갤리온

연금술사에게는 없지만 영국 런던의 ‘보이지 않는 대학’에는 있는 것. 의사들은 반대했지만 환자 커뮤니티는 동의했던 게 있다. 공개와 공유이다.

1645년 한 무리의 런던 거주자들이 만든 ‘보이지 않는 대학’은 공개 지식 공동체였다. 이들은 편지로 각자의 연구를 공유하고 검증했다. 대화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투명하고 명료한 언어로 이뤄졌다. 그렇게 공론의 장에서 화학과 생물학, 천문학은 근대 학문의 기반을 다졌다.

중세시대 연금술은 정반대 길을 갔다. 금을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 처박혔던 연금술사들은 혼자 비밀리에 일했다. 성공도, 실패도 독점했다. 아무 것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발견한 참과 오류는 뒤섞인 채 후대에 전달됐다. 당연히 발전은 더뎠다.

근대 과학자의 커뮤니티로 발전해간 ‘보이지 않는 대학’과 중세의 신비주의 의식으로 전락한 연금술. 길을 가른 건 지식을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뇌수술을 아마추어에게 맡기지 않듯, 전문가의 영역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인 클레이 셔키 미국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반대 방향의 힘, 즉 아마추어의 공유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환자 커뮤니티

(www.patientslikeme.com)가 그런 예이다. 희귀병 등을 앓는 환우들이 증상과 치료법, 최신 연구동향을 공유함으로써 의사 집단이 독점하던 정보를 이제 환자들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1세기 공유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유 범위를 넓혀놓은 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였다. 달라진 세계는 다른 일들을 만들어냈다. 팬클럽이 기부모임으로 발전하고, 소설 팬들은 수십만 가지의 팬 픽션을 창작하며 작가와 독자의 벽을 허문다. 팬카페의 동방신기 팬들은 촛불시위대가 되고, 파키스탄 젊은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을 모아 도시를 청소한다. 그렇게 머리를 맞댄 대중의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는 사회변화의 거대한 자원이 된다.

저자는 만약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더 많은 걸 공유한다면 세상이 놀라울 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미국인 전체의 1년 TV 시청시간은 약 2000억 시간. 엄청난 양이 TV에 낭비돼왔다. 이런 추세는 최근 역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의 TV 시청시간이 처음으로 기성세대보다 줄어든 것이다. 전 세계 인터넷 유저 20억명의 여가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 언젠가 1조 시간의 인지 잉여가 세상을 바꿀 날이 올 거라고 저자는 믿는다. 이충호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