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가방 기부천사’ 빈소에 애도 줄이어… 故 김우수씨 숭고한 뜻에 감동
입력 2011-09-29 00:23
어렵고 외로운 환경에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보듬었던 ‘기부천사’ 고(故) 김우수(54)씨의 빈소는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쓸쓸하지 않았다.
28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 대림2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에는 김씨가 평소 기부 활동에 동참했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직원들이 손님을 맞았다. 7세 때 고아원에 맡겨져 연고가 전혀 없는 김씨의 상주 자리는 재단 측 후원회가 맡았다. 최불암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도 상복을 입고 자리를 지켰다.
최 회장은 “안타까운 죽음에 후원회장으로서 매우 애석하다”며 “그의 진심을 많은 국민이 알게 돼 다행이고,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씨의 명복을 비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청와대 페이지에 직접 올렸다. 이 대통령은 “고인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그것이 더욱 커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나눔의 삶을 실천으로 보여 주셨다”고 썼다.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김씨의 빈소를 직접 조문했다.
빈소에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송석구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와 시민 100여명이 찾았다.
이달까지도 김씨의 도움을 받았던 신모(17)양도 이날 빈소를 찾아 김씨의 영정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신양은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인 유품을 받아들고 흐느꼈다. 신양은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도 도와주셔서 감사했다”며 “생전보다 돌아가신 뒤에 아저씨의 선행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70만원의 월급을 쪼개 어린이들을 도와왔다.
김씨가 지난 3년여간 거주했던 서울 논현동의 고시원 사장 도국희(55·여)씨는 빈소를 찾아 “김씨는 웃는 모습만으로 진실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3일 중국음식 배달 후 그릇을 회수하던 중 서울 일원동 인근 도로에서 승용차와 충돌해 25일 숨졌다.
평소 장기기증을 약속했던 김씨는 사고로 인해 장기가 기증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마지막 약속은 지킬 수 없었다. 입관예배는 오후 4시 충무교회 서현철 목사 집도로 치러졌다. 발인은 29일 오후 1시.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