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파키스탄 파열음 ‘동맹 흔들’
입력 2011-09-28 18:44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소재 미국 대사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공격의 배후로 추정되는 테러조직 하카니 문제로 파키스탄과의 동맹 관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동맹 관계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양국이 협조 관계를 구축한 이후 가장 파열음을 내고 있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파키스탄 정부는 현지에 존재하는 하카니 조직과의 연계들을 해결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국무부나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언급에 이어 백악관까지 공개 거론함으로써 압박 강도를 높였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와 하카니의 관계를 의심해 왔으며,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테러조직과 완전히 결별하라고 여러 경로를 통해 촉구해 왔다. 미국은 하카니 조직이 파키스탄 정부와 관련된 목표물에는 테러를 감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키스탄 정부가 하카니 조직의 테러 활동을 묵인해 왔다고 보고 있다.
카니 대변인은 파키스탄 정부가 하카니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항상 파키스탄 원조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파키스탄 측과 매우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관계에 기초한 원조를 중단하거나 감축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 의회에서도 파키스탄 원조를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국 내에서 하카니 조직을 공격할 경우 “우리는 주권국가다. 미국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공격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주권 침해하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군사작전은 “파키스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며, 파키스탄 국민에게 이를 납득시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길라니 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하카니 조직의 배후가 파키스탄 정보부라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키스탄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제1야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도 이 같은 현 정부의 미국 비판 태도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프간 탈레반도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은 이슬람과 국익을 우선시하며 미국의 이중적이고 완강한 정치에 직면해 굳건히 맞서고 있다”면서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군사 활동은 탈레반 주도로 이뤄진다”고 이례적으로 파키스탄 정부를 두둔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