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 왜 실패했나… 임금 깎아 고용 늘리려다 인턴·비정규직들만 양산
입력 2011-09-28 18:24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한국형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사실상 실패작이 됐다. 정부는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신입사원 임금 삭감을 통해 고용을 촉진하려 했지만 대부분 인턴 직원과 비정규직만 늘렸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역량 있는 인재들을 타 업권에 빼앗긴 데다 내부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당정이 공공기관 신입사원 임금 회복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 원상회복할 경우 정부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상박하후(上薄下厚)식 단계적 회복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인 금융권에도 신입행원 임금회복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신입사원 임금 회복 필요성을 큰 틀에서 인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신입직원 임금을 원상회복하는 대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공부문에서는 지난 7월분 임금부터 소급 적용해 삭감 임금을 복원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조직 내부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데다 우수한 인재들도 이를 문제삼아 타 업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노사가 모두 임금 원상회복에 긍정적인 상황이어서 공공부문이 아닌 기관들은 신입행원에게 ‘플러스알파’를 주는 방식으로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 대표인 신동규 은행연합회장도 지난 25일 “신입직원의 삭감된 임금을 회복하는 데 은행권 전체로 볼 때 310억원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면서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명확한 시그널이 없어 세부적인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 2009년 2월 이후 삭감분을 지급할 것인지, 단계적 회복을 추진할 것인지, 2009년 이후 특정 시점부터 소급 적용해 회복할 것인지 등도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진국발 경제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는 현 정부 정책취지상 원상회복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B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공공기관 신입사원 임금회복 방안이 여러 차례 언급되고는 있지만 공식 발표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면서 “준 공공기관 성격을 가진 은행 입장에서는 꾸준한 고용 회복을 원하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어 단번에 원상회복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