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9 예산지원이라도 대폭 늘려라

입력 2011-09-28 20:55

119구급대원들이 지난 한 해 1인당 평균 222.8건이나 긴급이송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대원수는 6409명에 불과한데 긴급이송 건수는 142만8000건이나 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의 격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조업무의 전문성 등으로 예비인력이 충분치 못한 가운데 예산지원마저 미흡해 소방대원들은 사명감에만 의존해 살인적인 근무조건을 감내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등을 위해 출동한 건수는 236만8703건이나 된다. 지난해 말 현재 소방공무원 정원이 3만6711명이므로, 1인당 평균 출동건수는 64.5회다. 내근자까지 포함시킨 통계치다.

장비 부실도 소방대원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출동한 소방차량에 고장이 발생한 건수는 2008년 6건에서 지난해 137건으로 22배나 증가했다. 노후화 때문이다. 지난해 업무와 관련해 부상하거나 사망한 소방공무원 공상자는 348명(사망자 8명)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28.4명이 부상하고 6.6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의 과로는 119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기본적인 원인이다. 우리 국민들은 화재나 긴급상황이 아니더라도 119를 누른다. 아파트문이 잠기거나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부근 열쇠점이나 자동차정비소가 아니라 119부터 찾는다. 소방 서비스 중에 화재 출동은 전체의 10∼2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이제 관행처럼 굳어져 소방공무원들의 임무를 화재진압 및 방지에만 국한시키려는 것은 흘러간 노래를 다시 트는 것과 같은 일이 되었다. 119 가수요를 줄이기 위해 실비를 부담케 하는 정책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소방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소방 업무는 재정이 취약한 각 지역 지자체 소속으로 돼 있어 재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국가에서 예산을 67%나 보조하는데 우리는 지방교부세 명목으로 1.7%를 지원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일선 소방서의 불만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