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2011 한·중 세계바둑 고수전
입력 2011-09-28 17:30
2년마다 열리는 한·중 정상 프로 초청대국 세계바둑 고수전이 5회를 맞았다. 중국은 ‘대지에서 바둑을 두고 천하의 자웅을 가린다(棋行大地 天下鳳凰)’는 슬로건 아래 2003년 시작된 한·중 고수전을 위해 창홍석 159t으로 일반 바둑판보다 1만 배나 큰 가로세로 각각 31.7m 크기의 초대형 바둑판을 제작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흰 옷과 검은 옷을 입은 중국 소림사 무술 제자 361명이 ‘인간 바둑알’이 돼 화려한 무술시범과 함께 대국자가 착점한 곳으로 이동해 바둑을 재현했다. 그리고 상공에 헬기를 띄워 인간바둑을 중계해 세계를 놀라게 한 유명한 대회이다.
지금까지 후난성 남방장성에서 이뤄지던 시합이 이번에는 장소를 바꿔 홍장구상청에서 진행됐다. 대회방식도 국내외 시합으로 나눠 두 판의 정상 대결이 열렸다. 국내 시합으로는 녜웨이핑 9단과 마샤오춘 9단, 국외 시합은 한국의 최철한 9단과 중국의 콩지에 9단이 맞붙었다.
한·중 고수전의 첫 번째 우승자는 창하오 9단을 꺾은 조훈현 9단. 2005년 열린 2회 대회는 이창호 9단과 창하오 9단의 라이벌전으로 3패빅의 무승부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2007년 3회 대회는 이세돌 9단을 꺾은 뤄시허 9단의 승리. 4회에는 구리 9단과 대결한 이세돌 9단이 승리했다. 현재까지 2승 1무 1패의 상황. 하지만 한·중 고수전은 승부보다 친목의 의미가 커서 승부에 대한 긴장감보다는 기대감이 크다.
메인 대국에 앞서 녜웨이핑 9단과 마샤오춘 9단의 대국이 진행됐다. 녜웨이핑 9단은 1970년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인물이다. 마샤오춘 9단은 16세 때 열두 살이나 많은 녜웨이핑 9단을 꺾고 1995년 후지쓰배와 동양증권배 세계대회를 석권한 바 있다.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중국의 오랜 바둑 팬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승부다.
하지만 조훈현 9단에게 응씨배를 내주어야 했던 녜웨이핑 9단과 이창호에게 번번이 패하며 끝내 빛을 보지 못했던 마샤오춘 9단은 승부에 한이 맺혀 있는 기사들이다. 이 바둑은 중국의 유명한 해설자 명콤비인 화이강과 쉬잉이 청나라 왕족 복장으로 해설을 해 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결과는 녜웨이핑 9단이 극적인 반 집 승리를 거두며 녹록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메인 대결. 공식전적은 2승4패로 최철한 9단이 불리하다. 하지만 비공식 기전을 포함한다면 6승5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는 상황으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였다. 2시간여 펼쳐진 대국은 결국 최철한 9단의 2집 반 승리로 끝이 났다. 민속놀이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 명승지에서 최고 고수들이 대결한 한·중 고수전은 최고 이벤트였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