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하여
입력 2011-09-28 18:49
육안으로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 대신 자지러진 하얀 머리카락은 잘 안 보입니다. 그러나 귀밑머리에 올라붙은 하얀 서리가 있으면 잘 보입니다. 땅에 떨어진 청춘이 퇴색한 흰 머리는 잘 보이질 않습니다. 욕심도 그리 하얀 머리카락이 되어 빠져야 하는 것이지요. 그럼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니까요.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곳저곳에 검은 머리카락처럼 선명한 욕심과 자신을 드러내는 이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검은 머리는 우리에게 각인된 이상과 욕심이었듯 덧없음을 이제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알면서도 끝없는 욕망과 탐욕에 안절부절 못합니다. 성글게 붙은 청춘이 스러지는 남겨진 머리카락에 감사하듯 흰 머리카락의 관용과 세월의 충고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빠져 있어도 보이지 않고 숨을 줄 아는 남겨진 청춘의 빛바랜 여백입니다. 만일 검은 머리카락만 선명하게 보인다면 욕심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흰 머리나 빠진 머리에 마음을 쓰며 슬퍼할 이유는 없어질 것이니까요?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