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투명한 감시 가로막는 ‘정치자금법 42조’
입력 2011-09-28 21:48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입법조사처, 시민단체들이 한목소리로 개정을 요구한 정치자금법의 조항은 정보 공개와 관련된 42조다. 현행법으로는 정치자금을 누가 얼마나 냈는지, 정치인들이 이 돈을 받아 어디에 썼는지 일반 유권자가 알아보려면 장벽이 너무 높다.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법 취지와는 반대로 꼭꼭 숨겨놓기 위한 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조항은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의 공개 기간을 매년 3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공개시기는 선관위가 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선거와 관련된 수입·지출만 인터넷으로 공개하도록 제한했다. 정보공개센터에선 이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며 지난 2009년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올해 1월 “선관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 결정과 달리 선관위는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서’에서 “(선거외 수입·비용을 포함한)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명세서를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으론 선거비용 외에 평상시 정치인이 후원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받아서 어디에 썼는지를 알려면 해당 지역 선관위(비례대표는 중앙선관위)를 찾아가거나 복사본을 우편으로 받아야 한다. 우편요금과 복사비는 시민 부담이다. 3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을 선관위로부터 받아내더라도 인터넷 공개는 제한돼 있다. 42조5항은 정치자금 기부(후원) 내역을 누구도 인터넷에 공개해 정치적 목적에 이용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반면 권력기관은 선별적으로 정치자금 내역을 활용해왔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지난 19일 선관위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해 정치인들의 후원금 내역을 95차례에 걸쳐 선관위에 요청해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검찰도 올해 초 일부 정치인의 후원내역을 뒤져 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로비를 수사했다. 선관위는 “청와대에는 300만원 이상 고액후원자 명단만 제공했고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자금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됐다면 검찰이나 청와대가 나서기 전에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감시와 검증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후원금 내역의 공개 범위도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연간 300만원(대통령 후보 후원금은 500만원) 이하를 기부한 자의 인적사항은 공개가 금지돼 있다. 참여연대 흥사단 등 12개 시민단체는 “2008년 법 개정 이전과 같이 적어도 연간 120만원 이상 기부자의 명단은 공개해야 하고, 기부자의 소속기관과 대표자 이름도 신고 사항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