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정치자금 이면 잘 드러냈다” 보좌진 제보 봇물

입력 2011-09-28 18:13

지난 5일 첫 보도가 나간 이후 국민일보의 ‘정치자금 겉과 속’ 시리즈가 게재되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탐사기획팀의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상당수는 보도에 거론된 의원이나 의원실 관계자들이었다.

“선관위에서도 문제없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항변도 있었고, “(기사를) 익명으로 처리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읍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드링크 음료를 들고 와 “잘 봐 달라”고 하는 의원실 관계자도 있었고, “혹시 우리 영감(국회 보좌진이 의원을 지칭하는 속어) 이름이 기사에 들어 있느냐”고 문의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은 “정치자금의 이면을 잘 드러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진의 제보도 줄을 이었다. 전직 보좌관 출신의 한 인사는 “A의원의 경우 쓰지 않아도 될 비용 수백만원을 지출하는 등 유권자들의 후원금을 낭비한 의혹이 있다”고 했고, 한 현직 비서관은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보고서에 기록하고는 실제 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제보 내용 중 일부는 확인을 거쳐 기사화됐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치자금 지출내역이 청문회에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렸던 김금래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서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김 후보자가 보좌진의 명절·휴가 상여금을 정치 후원금에서 준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결국 사과를 받아냈다. 박 의원 측은 “김 후보자에게 정치자금 지출내역 자료를 요구했으나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차에 국민일보가 인터넷에 공개한 지출내역을 참고해 질의를 했다”고 말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작성을 맡고 있는 회계 담당자들 중 일부는 “여기도 나름의 관행이 있다”거나 “선관위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는데도 지적하면 대체 어떡하란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관행과 선관위 지침에 따라 지출내역을 작성했는데도 문제로 지적받은 데 대한 불만이었다.

“선관위의 지침이 제각각이고 일관성이 없다”고 불평하는 목소리도 이곳 저곳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술집에서의 정치자금 지출이었다. 한쪽에서는 “호프집 등 주점에서 정치자금을 쓸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런 지출에 대해 선관위로부터 지적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술값으로 정치자금을 지출해선 안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회계 담당자들조차도 정치자금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 어디에 쓰면 안 되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자금 지출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