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미희의 마실] 두개의 나

입력 2011-09-28 18:39


내 안에는 늘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 그러니까 두 개의 내가 내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이 두 개의 나는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키며 나를 힘들게 한다. 두 개의 내가 갖는 각자의 힘은 너무 팽팽해 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 힘의 대치에 밀려 일의 시기를 놓쳐버리는 때가 종종 있다. 무슨 이야기인데 이리 서두가 기냐고? 지금도 나는 그 두 가지 마음에 부대끼며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럽다. 사실 답은 한 가지다. 고민하고 말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도 나는 번번이 그 두 가지 마음에 휘둘려서는 길을 잃고 나를 잃는다.

말씀의 길과 세속의 길 사이 갈등

그러니까 나는 하나님이 일러주신 말씀의 길과 내 욕망이 시키는 세속적 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고민해볼 것도 없이 하나님이 일러주신 말씀의 길, 진리의 길을 가야 하는 줄 알지만 가슴 속에 들끓는 욕심과 욕망은 그 길을 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말씀의 길은 도무지 생각이 없다. 가고 싶지 않다. 세속적 길일수록 더 재미있고, 달콤하며 찬란하게 불을 밝히며 나를 유혹한다. 한 번뿐인 삶, 할 수만 있다면 유쾌하고 재미있고 짜릿하게 살라며 또 다른 나는 끊임없이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그 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세상의 모든 빛나는 것들이 짜잔, 내 손안에 주어질 것만 같다. 한 발만 내딛으면 금방이라도 그것들을 내 목전에 가져다 줄 것만 같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것들이 내 것이 될 수 있을까? 의심하고 또 의심해보지만 또 다른 나는 무얼 망설이냐며 확인해보라고 속삭인다. 안 돼, 가지 마. 또 다른 나는 그런 나를 붙잡는다.

나 역시 얼른 쉽게 하나님을 버리고 그 길을 가기가 쉽지가 않다. 노여워하실 하나님, 실망하실 하나님이 걱정돼 나는 쉽사리 그 욕망의 길을 걷지 못한다. 자, 그러니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말씀의 길을 갈 것인가, 세속의 길을 갈 것인가. 두 힘이 너무 팽팽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때면 나는 스스로가 중재자가 돼 그 두 힘 사이의 해법을 찾느라 고심한다. 하지만 세속의 길은 나로 하여금 쉽게 포기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하여 나는 그 길을 가기 위해, 욕망의 길을 가기 위해 적당한 변명과 핑계와 당위성을 찾느라 고심한다. 이번 한 번만이라는 단서를 달거나,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또 시대가 변했다는 변명을 하며 말씀의 길을 가지 않음으로 해서 생기는 죄의식을 덮는다. 그 얄팍한 계산속을 어찌 하나님께서 모르실 수 있을까? 머리만 숨긴 채 꽁지는 그대로 드러나 있는 어리석은 짐승과 다를 바 없으니 그 또한 스스로 부끄러울 일이다.

그런 일은 많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그런 갈등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지나치다고 할까? 그러나 삶은 그 순간순간들의 연속인 것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실 내용의 글들, 유약함으로 인한 당장의 흔들림, 이성에 대한 욕망, 물질에 대한 탐욕, 시기, 질투, 분노…. 사는 데 나를 시험에 들게 하고 실족케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들뿐일까.

결국 하나님께 돌아와 위로를 얻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들을 취하고 그것들을 즐기기 위해 종종 말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가곤 한다. 그러면서도 편치 않다. 게다가 나는 하나님의 기뻐하시지 않는 일을 가지고도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것 역시 내 세속적 욕망이기도 한데, 어쨌건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글을 쓰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세속적 욕망과 헛된 명예를 좇아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에도 응답해 주신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나는 그 헛된 욕망의 길을 좇았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되어서는 결국 하나님께 돌아와 진리의 말씀으로 위로를 얻은 채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그러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상처를 입지 않고 그렇게 순결하고 순정하게 살아갈 수도 있으련만 굳이 고집 부려 진흙탕 속을 헤매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니, 이는 미련퉁이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이제 어찌 살아야 할까. 내 속의 또 다른 나에게 묻는다. 너, 또 나설 거야? 그 물음에 또 다른 나는 꼬리를 내리고 숨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나와서는 나를 유혹할 놈이다.

■ 대표작 ‘비둘기집 사람들’ ‘만두빚는 여자’. 2001년 삼성문학상 수상. 광주(光州)순복음교회를 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