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목회 현장-서울 아현감리교회] 나눔의 축제 기획… 정이 넘치는 마을로

입력 2011-09-28 21:01


서울 북아현동은 서대문에서 마포와 신촌으로 나가는 길에 걸쳐 있다. 높지 않은 언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이 동네는 애오개길로도 알려져 있으며 가구 거리로 유명하다. 요즘 이곳 거리에 만국기가 펄럭인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굴레방 나눔 한마당’ 행사 때문이다.

28일 가구점 거리에서 만난 주민 김영환(54)씨는 “작년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나눔 행사로 즐거웠다”며 “올해도 좋은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교회가 참여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묻자 “알고 있다”며 “교회가 자기들끼리만 모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한마당 축제는 북아현동 10개 교회 연합단체인 교동협의회(회장 조경열 목사)가 주도하고 있다. 2005년 아현감리교회 조경열 목사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협의회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 지역 교회들이 연합하고 주민센터와 함께한다. 매월 정기모임을 갖고 동장으로부터 동정을 들어 교회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지 의논한다.

한마당 축제는 각자 교회당을 개방하고 개별 프로그램을 주관한다. 아현감리교회는 북아현동 모교회로서 이를 주도한다.

‘역사 속의 교회에서 언덕 위의 모범교회로’를 교회 슬로건으로 내건 아현감리교회는 지역 사회에 희망을 선사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다. 미국 감리교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의 헌신과 사랑이 묻어 있는 교회는 123년 역사를 봉사와 나눔을 통한 복음전파로 일관해 왔다.

조경열 목사는 “아현감리교회의 시작은 교회가 아니라 의료기관인 시약소(施藥所)였다”며 “교회는 처음부터 지역 사회를 위한 교회로 출발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현재 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힘쓰고 있는 대표적 사역은 6가지다. 매주 수요일 지역 사회 어려운 이웃과 어르신 130여명을 대상으로 한 끼 식사 분량의 쌀을 분배한다. 쌀은 교회가 운용 중인 ‘사랑의 뒤주’를 통해 교인들이 모은 쌀이다. 이·미용 봉사도 수요일마다 열린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로 전문 미용사 3명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미용실 문을 닫고 봉사에 나선다.

‘아현노인교실’은 170여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노래교실, 무용교실, 서예교실을 상설 운영하고, 때에 따라 종이접기교실, 영화교실, 건강특강, 일일여행 등의 시간을 갖고 있다.

북아현동 지역을 넘어서는 사역도 연중 진행된다. 청장년들은 매년 여름이면 3박4일 동안 농촌교회 개·보수작업, 마을잔치, 전도 활동에 나선다. 농촌 지역의 어려운 교회들이 지도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사역이다.

여기엔 교회의 예산 지원은 극히 일부분이며 나머지는 청장년들이 스스로 모금해 자금을 충당한다. 주로 휴가기간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봉사활동이다. 무의촌을 위한 의료봉사 사역도 그 일환이다. 매월 첫째, 셋째 주마다 일반내과, 일반외과, 류머티즘내과 등의 진료를 펼치고 있다. 굴레방 나눔 한마당(아래 기사 참조)은 가장 큰 사역이다.

1888년 12월 설립된 교회는 태생부터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 복음을 증거했다. 교회는 한국 역사의 현장에도 함께했다. 6·25 전쟁 당시 담임 조상문 목사는 “목자가 양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남아 있다가 납북됐다. 해방 후 혼란기엔 기독교대한감리회 평신도 지도자 장세환과 매영숙 장로가 매년 대규모 쌀로 이웃을 구제했다.

1979년부터 사회관을 건축하고 장애인과 노인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주차공간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김종생 사무총장은 “아현감리교회는 북아현동 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교회로서 타 교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사역의 핵심이 지역 사회를 위한 것이라 볼 때 칭찬받는 교회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