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페넌트레이스 우승 이끈 ‘초보’ 류중일 감독 “진정한 야통 되겠다”

입력 2011-09-28 00:28

“초임감독을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꼭 우승해 진정한 ‘야통(야구대통령)’으로 인정받겠습니다.”

초보감독이 일을 냈다. 올해 첫 지휘봉을 잡은 삼성 류중일(48·사진) 감독이 27일 팀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다. 류 감독은 “첫 해에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 생활 13년, 코치 생활 11년을 하면서 많은 감독을 모셨다. 그분들의 장단점을 늘 생각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도 선수를 믿는 야구, 한박자 빠른 야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었던 삼성이 스토브리그 기간 중 갑작스럽게 당시 선동열 감독을 퇴진시키고 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 대부분 전문가들은 삼성이 4∼5위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런 예상을 보기좋게 깼다. 그는 “작년 12월 30일 갑작스럽게 감독 통보를 받고 걱정이 많았다. 작년 준우승팀인데 그만큼 해야 된다는 부담이 컸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이어 “지난 4월 장원삼, 정현욱, 권혁 등 팀의 주축 투수들이 부상으로 잇따라 전력에서 이탈했던 상황이 최고 위기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삼성의 전력으로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투수력이 좋으니 타력만 좀 좋아지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상 선수들이 많았던 4·5월만 5할 승률을 유지하면 6월부터는 치고 올라가 시즌 막판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들에게 정규리그 우승의 공을 돌렸다. 그는 “투수 중에는 오승환이 가장 잘해줬다. 사실 시즌 시작 전엔 오승환이 잘할 수 있을 지 걱정했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돼 뒷문을 튼튼해 해줬다. 타자 중에선 최형우와 배영섭, 김상수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표방했던 ‘공격야구’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격야구가 뜻대로 안됐다. 올해는 60점 정도로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80점 이상을 받기 위해 동계훈련이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량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우승에 대해 그의 ‘형님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삼성에서 코치를 하다가 감독이 됐다. 선수들로부터 감독이 돼서 변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코치 때와 똑같이 선수들을 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팀과 맞붙든 흥미로운 한국시리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 감독은 “SK가 올라오면 작년에 우리가 졌기 때문에 복수전이 될 것이고 롯데가 올라오면 장효조 최동원 선배의 이름을 따 장효조-최동원 시리즈가 돼 의미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