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무는 동안 마음의 양식을 채워가세요”… 광주 시내버스 승강장에 무인 ‘양심도서관’ 설치

입력 2011-09-27 18:47


“깨끗하게 보시고 제자리에 놓아주시길 바랍니다. 책 기증을 원하시는 주민은 선반 안에 놓아주시면 됩니다. 잠시 머무르는 시간에 책을 벗 삼아 마음의 양식을 채워 가시길…”

광주 도심의 한 시내버스 승강장에 언제든 누구나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무인 ‘양심도서관’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민들은 도서관이 문을 열자 이 곳에 놓을 책을 주민센터에 자발적으로 기증하는 등 양심도서관 지킴이가 되고 있다.

중흥3동 주민센터는 지난 19일 주민자치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센터 건너편 승강장과 인근 모 병원 시내버스 승강장 등 2곳에 85만원을 들여 양심도서관을 만들었다고 27일 밝혔다.

아크릴 재질의 투명 플라스틱판으로 설치된 양심도서관은 세로 1m, 가로 60㎝ 크기로 동네 주민들이 기증한 소설책과 시집, 정기간행물 등 각종 도서와 잡지 60여권씩을 각각 갖추고 있다.

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가깝게 접하도록 하기 위한 이 곳의 책은 아무나 자유롭게 빌려갈 수 있다. 빌려간 책은 시간제한 없이 양심적으로 반납하면 되며 그 기한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도서관 설치 이후 주민센터에는 정기적으로 책을 기증하겠다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 김동민(45)씨는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며 “책이 없어지면 채워 넣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측은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토막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도록 유도하자는 단순한 발상이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뜨겁다”며 “더 많은 곳에 무인 양심도서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