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장류 등 16개 품목 中企 적합업종으로 선정
입력 2011-09-28 00:50
순대와 장류, 막걸리, 세탁비누 등 16개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7일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실무위원회를 열고 1차 선정 대상을 발표했다.
동반성장위는 세탁비누에 대해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철수하라는 ‘사업이양’을 권고했다. 다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와 설비 등을 감안해 생산은 2012년 3월, 판매는 6월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골판지 상자, 플라스틱·프레스 금형, 자동차재제조부품 등 4개는 ‘진입자제’ 품목으로 선정됐다. 신규 대기업은 해당 업종에 진출할 수 없고 기존 대기업은 회사 신설,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시장 확장을 자제해야 한다.
순대는 대기업의 자가소비(급식)에 한해 생산을 허용하고 내수 판매용은 자제하도록 했다.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는 정부 조달 및 저가제품 시장 철수를 권고했다.
정영태 동반성장위 사무총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통에 중점을 두고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자유로운 토론을 유도했다”며 “상호 많은 의견을 나누고 자율적으로 합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위는 지난 5~6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받아 218개 품목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왔다. 이 중 대기업이 진입해 있는 134개 품목 가운데 45개를 1차 검토대상으로 정하고, 8차례에 걸친 실무회의를 거쳐 이날 16개 품목을 발표했다. 나머지 두부, 데스크톱PC 등 29개는 다음달 중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업종에 대해선 대·중소기업 간 합의가 무난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은 세탁비누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고, 아워홈은 순대 사업 철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반성장위는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도 대·중소기업 간 자율합의 원칙에 따라 올해 안에 세부적인 내용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것들도 적지 않아 이행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동반성장위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에 대해 대기업이 저가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권고했지만 정작 저가 시장의 기준은 정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적합업종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중소기업들은 눈치만 본다고 비난하는 데다 선정이 지연될수록 여론도 좋지 않아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부, 데스크톱PC 등 앞으로 남은 쟁점 품목들이 많아 대·중소기업 간 자율합의가 원만히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연식품조합 관계자는 “두부가 1차 선정 품목에 포함되지 않아 대기업 관계자들과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대기업 쪽에서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쉽게 합의가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10여일간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플라스틱, 프레스 금형에 대한 진입자제 권고를 이끌어냈다”며 “대기업이 M&A 및 회사 신설을 지양하고 부당하게 인력을 스카우트하지 않는다는 합의 내용을 얼마나 잘 지켜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