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 1대당 하루 6.4회 운항… 무더기 결항·지연 사태 부른다
입력 2011-09-27 18:29
얼마 전 저가항공사를 이용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김진수(33)씨는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눈앞이 아찔하다. 김씨는 탑승을 10여분 남겨 두고 이륙 지연 안내방송을 들었다. 기체 정비로 30분 정도 출발이 늦어진다는 내용이었다. 뒤늦게 이륙을 시도하던 비행기에서 다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기체에 정비 문제가 있어 다시 돌아가 점검한 후 이륙하겠다는 것. 결국 김씨는 원래 출발 시각보다 두 시간 가까이 늦게 출발하게 됐다. 김씨는 “보상 문제보다 안전이 더 걱정돼 앞으로는 저가항공을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무리한 비행스케줄이 무더기 결항·지연 사태를 부르고 있다. 생명을 담보로 잡힌 승객들의 불만이 쌓여가지만 항공여객을 감독하는 국토해양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27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김포·제주 공항 등 국내 14개 공항의 항공기 결항 횟수는 2008년 1922회, 2009년 2694회, 지난해 3372회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저가항공사의 지난해 결항 횟수는 780회, 지연 횟수는 3351회에 달했다. 결항 원인으로는 ‘항공기 접속’이 46.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항공기 접속 문제란 다른 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비행에 투입할 대체 항공기가 없어 결항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저가항공사의 결항과 지연이 빈번한 것은 무리한 운항스케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비행기 한 대당 일평균 운항 횟수는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 각각 3.6회, 4.6회이지만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의 경우 8.1회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가항공사의 비행기 1대는 하루에 평균 6.4회 운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항공사의 일평균 운항 횟수가 많은 것은 예산 부족으로 대체 항공기를 구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많은 거리를 운항하다 보니 정비할 시간이 부족해 정비 불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