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1만명 명의도용 1000억대 불법대출”… 이용준 행장 등 구속영장 청구

입력 2011-09-27 22:45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제일저축은행이 고객 1만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000억원대 불법 대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합수단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압수한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여신 관련 전산자료를 조작한 사실을 발견했다. 제일저축은행 측이 고객 몰래 예금주 신상명세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대출이 이뤄진 것처럼 위장하고 실제로는 대주주나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에 부당대출한 뒤 서둘러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합수단은 판단하고 있다.

일부 예금주는 명의가 도용된 것을 알고 제일저축은행 측에 항의했으며, 저축은행은 이들의 명의로 빠져나간 대출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제일저축은행이 이렇게 최근 몇 년간 명의를 도용한 예금주가 1만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저축은행은 경기도 고양시 종합터미널 건설사업에 1600억원을 불법대출하면서 정체불명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비롯한 여러 공동사업자를 차명으로 내세워 우회 대출한 것으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이 임원, 직원 가족·지인 명의로 불법대출했다면, 제일저축은행은 아예 고객 신상정보를 빼내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와 대주주 신용공여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동원한 것이다. 합수단이 지난 26일 제일저축은행 이용준(52) 행장과 장모(58) 전무를 전격 체포한 것도 경영진 주도로 불법 대출을 감추기 위한 조직적 전산조작이 벌어진 정황을 잡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행장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사전자기록위작(전산조작),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성규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