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에 꿈·희망 준 큰 별… 그들이 ‘스포츠 영웅’
입력 2011-09-27 18:03
영웅이 없는 민족은 슬픈 민족이라 했던가.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 그리고 고단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행히 이 땅에는 민중과 고락을 함께한 수많은 스포츠 영웅들이 피고 졌다. 그들은 나라없는 민족에게 민족의식을 일깨웠고 독립이 된 뒤에는 신생국 코리아의 이름을 만방에 떨쳤다. 그러면서 고단한 삶에 찌든 민중에게는 환희와 희망을 안겨준 진정한 영웅들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도 수많은 스포츠 영웅이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제대로 인정하지도, 대접하지도 못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체육계는 올 들어 스포츠 영웅 선정사업을 본격화하고 마침내 지난 22일 고 손기정 선생,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을 스포츠영웅으로 선정, 헌액식을 가졌다.
스포츠영웅 선정사업은 지난해 말 정부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체육인사들과의 회동에서 스포츠영웅의 가치와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표면화됐다. 때마침 대한체육회도 스포츠 영웅들의 사료를 수집하고 체육인 명예의 전당 건립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던 터라 정부의 아이디어는 올 들어 일사천리로 구체화됐다.
이 사업은 스포츠 영웅의 선정과 더불어 활용사업이 핵심이었다. 선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한체육회는 한국체육학회와 MOU를 맺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대한체육회는 선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맡고 한국체육학회는 해외사례와 함께 학술적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스포츠영웅, 그들은 누구인가=영웅의 의미는 메달리스트, 스타, 명사, 유명인 등과 구분되는 보다 상위적인 개념이다.
대중적 시각에서 스포츠 영웅(hero)은 미디어에 의해 상업화된 스포츠 유명인(celebrities)과 곧잘 혼돈된다. 학계에서는 스포츠 영웅과 유명인을 다른 개념으로 파악한다.
‘영웅은 스스로를 창조하고 유명인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다. 영웅은 위인이고 유명인은 인기인일 따름이다.’(Boorstin, 1983)
따라서 스포츠 유명인과 구별되면서 젊은 세대의 역할모델로서, 사회통합과 국위선양에 기여하고 전 생애에 걸쳐 모범이 되는 체육인을 찾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선정작업=대한체육회는 아마추어와 프로 경기단체 및 언론인, 일반인 추천과 더불어 체육원로 등으로 구성된 추천단으로부터 모두 168명의 영웅 후보를 추천받았다.
이들 가운데 선정위원회(위원장 장충식)는 수차례 회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11명의 후보를 압축했다.
김성집(역도) 김수녕(양궁) 김일(프로레슬링) 박신자(농구) 서윤복(마라톤) 선동열(프로야구) 손기정(마라톤) 양정모(레슬링) 정현숙(탁구) 조오련(수영) 차범근(축구) 등이 바로 그들이다.
첫 해이니만큼 선정범위를 넓히자는 의견과 누구도 이의가 없는 소수자를 선정해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선정위원들은 논란 끝에 ①올림픽메달리스트 ②60세이상 ③스포츠 봉사경력이 풍부하고 청소년 및 현역선수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체육인으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조건을 고려해 2011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과 건국 후 최초의 올림픽메달리스트인 역도의 김성집 대한체육회 고문이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앞으로 스포츠영웅을 매년 5명 안팎으로 늘리자는 의견과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계속 맞서면서 결국 내년에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매듭지었다.
◇명예의 전당 건립 및 활용 계획=스포츠영웅은 이를 기념하는 사업과 활용하는 사업이 계속 이어져야 사업의 참뜻이 있다.
대한체육회는 우선 내년에 사이버상 명예의 전당을 만들고 빠르면 2015년 쯤 명예의 전당을 건립해 기념관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예비영웅의 체험담을 채록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기초자료 수집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스포츠 영웅들의 선수시절 자료는 풍부하나 노년기의 모습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영웅들이 자료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있어서 우리 사회의 역할모델이 되도록 각종 사업을 구상중이다.
자서전과 회고록을 내고 동영상을 제작해 교육자료로 삼을 계획이다.
또 이들을 기념하는 대회를 열고 강연회와 강습회에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또 내년부터 경기단체별 스포츠 영웅 선정 작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스포츠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은 전 세계 46개국에서 580여개가 운영중이며 약 400개가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하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