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튀’된 녹색성장… 예산부족에 타당성 없어 흐지부지
입력 2011-09-27 17:33
이명박 정부가 야심 차게 녹색성장의 기치를 내세운 지 3년 만에 녹색성장 정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정책을 그럴듯하게 발표한 뒤 흐지부지되는 ‘발튀(발표하고 튄다)’가 많다는 비판 때문이다. 녹색성장 분야에서도 저탄소녹색마을 600곳 조성, 그린스쿨 사업이 예산부족 등으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 사업수정이나 백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지난 7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녹색성장 이행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공공건축 에너지효율 향상’과 ‘그린카 산업발전 전략’이 안건이었다. 점검결과 그린카 보급 정책에서는 충전인프라가 모자라 전기차가 더 생산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까지 30%가 목표였던 공공건물 발광다이오드(LED)조명 교체실적은 8∼9% 수준이었다.
녹색마을 조성사업은 지난해 지정된 시범단지 10곳을 2∼3년 조성·운영한 뒤 사업계획을 조정키로 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읍·면 인구가 부족해 바이오가스 발전소 등의 사업 타당성이 없는데다 음식물 쓰레기 등 외지의 폐자원 도입에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그동안 녹색성장 정책이 계획수립 및 제도개선 과제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집행단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위는 지난달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녹색성장을) 소통과 생활 속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인식전환 노력이 충분치 못했다”고 자평했다. 서울대 문승일 전기공학부 교수는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위 박천규 국장은 “문 교수의 이런 계몽적 재치 덕분에 지난달 정부가 전기요금을 4.9%, 산업용은 6.1% 인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력 가격신호의 왜곡으로 수요관리에 실패했듯 교통수요와 건물·도로 건설 수요관리도 오염자부담원칙이 관철되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다. 전기요금만 공짜 점심인 것은 아니다. 도심 교통 혼잡을 일으켜 건강악화, 물류비 증가 등 사회적 부담을 주는 자가용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건설및 운영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싼 지하철 요금, 비교적 싸거나 무료인 도시고속화도로 이용료 등도 모두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공짜 점심이다.
녹색성장이행점검회의는 역설적으로 강력한 전담 부처가 없는 녹색성장의 허약한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를 노출시키고 말았다. 다음달에는 신재생에너지 연구·보급, 11월에는 LED조명 보급 실태가 점검대상으로 잡혔지만 녹색위 관계자는 26일 “확정된 일정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점검회의마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