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제2의 남북국시대?

입력 2011-09-27 17:38

북한이 보유한 세계 기록은 많다. 최악의 민주주의(167개국 중 167위·이코노미스트), 최하위 경제자유지수(179개국 중 179위·월스트리트저널), 최악의 언론자유(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제 기독교선교단체 오픈 도어스) 등.

물론 이처럼 부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다. 경이로운 것도 있다. 가령 최고지도자 김정일의 골프 실력. 연전 북한 평양 태성골프장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일은 1994년 18홀 72파의 이 골프장에서 홀인원 5개를 포함해 34타의 기록을 세웠다. ‘유감스럽게도’ 기네스북이 공인을 안 해서 그렇지 이 정도면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 기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북한이 보유한 세계 기록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건 3대 정권 세습이다. 왕조가 아닌 나라에서 조-부-손 3대에 걸쳐 국가권력이 사유재산처럼 세습된 것은 인류역사상 북한이 유일하다. 더구나 모든 권력이 노동자 농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산주의 국가이자 국호 상으로는 공화국에서 3대 권력 세습이라니 가히 ‘전인미답’의 경지다.

바로 그 손(孫)에 해당하는 김정은이 오늘로서 공식적으로 무대에 등장한 지 만 1년이 됐다. 김정일의 3남으로 올해 28세(또는 29세)인 그는 지난해 9월 27일 인민군 대장에 전격 ‘발탁’된 데 이어 28일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정남과 정철, 두 형을 제치고 ‘공산 왕세자’ 자리에 공식 등극했다.

북한은 26일 당대표자회 1주년을 맞아 세습의 정당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백두의 혈통을 이어 당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나갈 때…승리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지난 1년간의 투쟁항로가 보여준 총화”(조선중앙통신)라는 것.

사실 김정은은 지난 1년간 착실한 권력승계 및 지속적인 우상화 작업을 통해 2인자로서 입지를 확보했다는 게 우리 정부나 민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아니 어쩌면 벌써 2인자를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권력의 절반 이상이 이미 김정은에게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거니와 일부에서는 김정은과 김정일의 현재 권력 비율이 70대 30이라는 설까지 나온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는 냉소도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도전도 없다고 한다. 이러다가 220여년을 간 통일신라와 발해의 남북국시대에 이어 제2의 남북국시대가 도래하는 거나 아닐까. 설마….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