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권거래위, S&P 규제 착수… 신용등급 강등 보복?
입력 2011-09-27 23:05
미국 정부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7일 보도했다.
S&P의 모회사인 맥그로힐은 “지난 2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등급 책정 과정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받았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SEC는 상황에 따라 S&P를 연방법 위반으로 제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한 무분별한 부동산 대출과 관련해 SEC가 웰스 노티스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웰스 노티스는 민사소송에 앞서 잠재적인 피고 측에 해명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SEC가 모든 소송에 앞서 웰스 노티스를 발송하진 않으며, 기업 입장에서 이를 받았다는 것은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SEC는 9억4700만 달러 상당의 ‘델피누스 CDO 2007-1’로 알려진 파생상품의 신용등급 책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미 상원 소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S&P는 2007년 8월 2일 이 파생상품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로 책정했다. 하지만 4개월 후인 12월부터 이 상품은 등급이 강등되기 시작했고 2008년 말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수직 추락했다. 결국 S&P가 신용등급을 잘못 매겨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는 것이다.
SEC가 유독 S&P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이 상품은 일본 미즈호 파이낸셜 자회사인 미즈호 인터내셔널이 발행한 것이고 무디스와 피치도 S&P와 마찬가지로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일각에서는 SEC의 제소가 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보복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SEC가 S&P를 제외한 무디스와 피치 등 두 회사는 제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사 대변인은 “SEC로부터 웰스 노티스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