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 합의한 박영선-박원순 선거인단 사전공개 싸고 충돌
입력 2011-09-27 15:22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범야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는 27일 야권단일후보 경선룰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양측은 ‘여론조사 30%, 배심원단 투표 30%, 국민참여경선 40%’라는 큰 틀의 규칙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조항에서 충돌했다.
논란의 핵심은 표본 추출로 모은 3만명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명단의 사전 공개 여부였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개개인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어 조직력에서 앞서는 민주당이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인단 명부를 공개하지 않는 선거는 없다”며 “공개하지 말자는 것은 손발을 묶어놓고 선거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 측은 “대놓고 동원선거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명단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현재 룰이 사실상 ‘여론조사 60%, 현장투표 40%’로 설계돼 있어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박 후보가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배심원단 투표는 TV토론 시청 뒤 배심원단 2000명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여론조사 성격이 짙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25∼26일 조사한 야권 후보 선호도에서 박 변호사는 55.5%, 박 후보는 29.7%를 얻어 둘의 격차는 25.8% 포인트였다.
만일 박 후보가 TV토론에서 선전해 지지율 격차를 20% 포인트 이내로 좁힌다 해도 한 자릿수까지 추격하지 못하는 한 현장투표에서 30% 포인트 이상 박 변호사를 이겨야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따라서 박 후보로서는 선거인단 명단을 미리 알아 이들을 집중 공략하는 게 유리하다. 반면 박 변호사는 현장투표에서 민주당의 조직동원 여지를 최소화시켜야 경선 승리를 얻을 수 있다.
박 변호사와 박 후보는 이날 범야권 대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 통합’ 사무실을 찾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박 변호사 측은 선거자금 모금계좌인 ‘박원순 펀드’에 벤처사업가 이재웅씨 등 유명인들과 미국·독일·캐나다 등지의 교포까지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개설 이틀째인 이날 모금액 30억원을 넘겼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