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짜장면 천사’ 김우수씨의 행복메시지

입력 2011-09-27 17:54

‘짜장면 천사’로 불리며 70만원의 월급을 쪼개 어린이 5명을 도와오다가 교통사고로 며칠 전 사망한 중국집 배달원 김우수씨의 삶은 ‘탐욕의 바다’를 끝없이 허우적거리며 오늘을 사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그는 2006년부터 매달 5만∼10만원씩을 월급에서 쪼개 5년째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사망 시 수령하게 되는 4000만원짜리 종신 보험도 어린이재단 명의로 가입했다.

‘초등학교 중퇴, 7살에 보육원에 가 12세 때 탈출, 급여 월 70만원, 창문도 없는 월세 25만원짜리 고시원에 거주, 가족 없이 오토바이 배달로 생계유지’라는 이력 속에서 그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지난(至難)했는가를 읽을 수 있다. 내일이라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고달픈 삶임에도 그는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우며 어쩌면 부자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다.

그는 “(내가 후원하는) 아이들 덕에 (오히려) 내가 새사람이 됐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그는 사후 장기기증까지 하고자 했으나 사고 후 가족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 장기가 손상됐고 이에 따라 그의 숭고한 뜻을 받들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생전에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내놓은 돈은 비록 소액이지만 부자들이 기부한 천문학적 액수에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녔다.

부산 저축은행 비리사건,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등 가진 사람들의 추악한 탐심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탁류에 흘러드는 한 줄기 맑은 샘물 같은 김우수씨의 선행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 같은 이 사회의 큰 스승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채울 만큼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김우수씨 같은 ‘가난한 천사’와 이름을 숨기고 선행을 베푸는 ‘익명의 천사’들이 있어 세상은 팍팍하지만 아직도 살 만하다. 이 땅에서 산 54년여의 삶은 비록 궁폐(窮弊)했지만 허황한 삶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떠난 값진 삶이었다. 그가 하늘에서 고달픈 삶을 접고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