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 이민아 이야기-(1) 엄마와 아들
입력 2011-09-27 17:31
화창한 날,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미국 LA의 길을 나섰다. 아름다운 공원 묘원이 보였다. “와, 정말 아름답구나. 얘야, 내가 죽으면 저기에 꼭 묻어주렴,” “아이, 엄마도 참….”
아들은 미국 명문 버클리대를 졸업했다. 외모 준수했고, 품행 단정했다. 25세의 어느 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대화를 나눴다. “유진아, 잘 커줘서 정말 고맙다. 이제 너도 대학을 졸업했으니 보다 깊은 신앙을 가져야지. 나는 네가 좀 더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갔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유일한 바람이야.” “엄마, 나 교회 잘 다니고 있어요. 엄마 또래가 되면 더 깊은 신앙의 세계로 들어갈 거예요. 걱정 마세요. 앞으로 한두 해 정도는 친구들과 좀 더 재미있게 지내고 싶어요. 엄마 사랑해.” “그래, 나도 너 사랑해. 정말로.”
레스토랑에서 대화를 마친 지 일주일 후 아들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면서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십수 일이 지난 후 아들은 이 땅을 떠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잘 생겼고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대화 속 어머니는 이민아 변호사. 아들은 이 변호사와 그녀의 첫 남편인 김한길 전 문화부 장관 사이에서 태어난 유진씨.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외손자다. 아들은 어머니와 함께 보았던 그 아름다운 공원 묘원에 묻혔다.
변호사보다는 목회자로 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최근 ‘땅끝의 아이들’을 펴냈다.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들을 묻은 날, 그녀는 이 땅의 수많은 아이들을 가슴에 품었다. 그녀 눈에는 마약과 술에 찌든 아이들뿐 아니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가 ‘땅끝의 아이들’이었다.
최근 이 목사는 나와 만난 자리에서 유진을 묻던 이야기를 해 주면서 복음은 ‘오늘 지금, 바로 여기에서’ 전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 초 후에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집회에서 늘 강조한다. “지금 복음을 받아들여라. 너희가 영원히 산다고 생각하지 말라. 다음에 또 복음을 들을 수 있다고? 언제 또 진짜 복음을 들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라. 내 말 명심해. 지금 이 순간에 믿고, 구원받아야 한다고.”
택시를 탈 때마다 이 목사는 전도한다. 택시 기사가 복음을 받아들일 때까지 집요하게 전한다. “제 입장에서 택시에 내리기 전 구원받지 못한 택시 기사 분을 결코 그대로 돌려보낼 수 없습니다. 저를 내려 준 이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제 힘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제 안에 계신 예수님이 그들을 그렇게 사랑하시더라고요.”
이런 말도 했다. “아직 예수님을 모르는 세상 사람들에게 가서 사과하고 싶어요. 미안하다고. 예수님을 못 전해 드린 것이 정말 미안하다고요.”
교회가 사회의 비난을 받고,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패배주의가 한국교회에 만연되어 있다. 이민아 목사는 말한다. “예수님이 나를 사랑했던 그 사랑으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교회로 돌아올 거예요.”
이태형 종교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