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스, 팔레스타인 영웅 떠올라… 유엔에 독립국 신청 “평화적 투쟁의 봄” 역설

입력 2011-09-26 18:45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마침내 전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의 그림자를 벗어던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에 정식 회원국 승인 신청서를 전달한 압바스 수반이 귀국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자치정부 본부가 있는 서안지구 라말라에는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 팔레스타인 깃발과 압바스 사진을 흔들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압바스는 군중 환호에 미소로 화답했지만 그 어조는 단호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봄이 왔다”면서 “우리의 권리를 성취하기 위한 평화적 투쟁의 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가 유엔에 간 것은 여러분의 희망과 꿈, 야망과 고통,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대한 여러분의 긴급한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우리의 국제외교전은 이제 시작일 뿐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도 드러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회원국 지위를 신청하면서 압바스는 확고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고 AP는 분석했다.

2004년 아라파트 의장 사망 이후 자치정부 수반이 된 그는 아라파트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과시했다. 황록색 군복과 불같은 연설 스타일로 유명했던 아라파트와 달리 조용한 스타일로 정장을 즐겨 입었다. 비폭력과 서안지구에서의 법질서 회복이라는 그의 노선 때문에 국내 반대파로부터 나약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그는 거듭된 미국의 거부권 행사 압력과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립국 승인 신청을 강행했다. 아라파트가 끝내 실패한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공식 절차를 밟은 것이다.

압바스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안지구에서 여론조사를 맡고 있는 자밀 라바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팔레스타인 지도자 순위에서 압바스 수반이 35%를 얻어 1위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총리 살람 파야드와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를 앞서는 수치다.

팔레스타인의 중동문제 전문가 마디 압둘하디는 “압바스는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느낌과 감정을 전달했고 그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