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의 그늘] 높은 실업률 때문에… 美 백수 청년들 “월가 점령”

입력 2011-09-26 18:44

미국 청년들이 세계 금융의 중심인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했다. 경기악화로 고용시장에서 외면당한 20대 실업자들이 만들어낸 항의성 시위행진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뉴욕 경찰이 2주째 뉴욕증권거래소 인근에서 거리행진을 벌인 90여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경찰청 대변인은 “이는 허가를 받지 않은 시위”라며 “교통방해 혐의와 공무집행방해 혐의(체포 불응 및 경찰관 폭행) 등으로 시위대 일부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이름을 붙인 시위대는 지난 17일부터 장기농성에 돌입했다.

현 금융시스템이 부자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온 은행 등 금융계 회사가 모여 있는 월가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이 시위에는 시민단체들이 동참한 가운데 청년층, 특히 대졸 실업자가 대거 참여했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 해소 등을 촉구했다. 아예 자본주의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일부에선 나왔다.

시위가 길어지자 폭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나온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경찰의 강제 진압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이 인터넷에 소개되자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동영상에는 경찰이 각종 시위진압 장비를 이용해 시위대를 연행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한 남성은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수갑을 찬 채 끌려갔고, 한 여성은 얼굴에 페퍼 스프레이가 뿌려져 괴로워하고 있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