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탈주민 일하는 군포 인쇄업체 가보니… “연평도 포격땐 마음고생… 이젠 일할 맛 나요”
입력 2011-09-26 18:34
26일 오전 8시30분 경기도 군포 당정동에 위치한 인쇄전문업체 성인문화사.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잡지를 찍어내느라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곳엔 남자 3명, 여자 9명 등 총 12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직원이 130명이니 10명 중 한 명꼴이다. 기계 소음 사이로 가끔씩 낯선 말투가 들려왔지만 모두가 일심동체였다.
이모(31)씨는 다음 달이면 이곳에서 일한 지 1년이 된다. 억양이 조금 특별한 것 빼고는 외모나 행동 모두 평범한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이씨는 지난해 2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기관 하나원을 졸업하고 제빵·제과 학원을 다니며 취업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취업박람회에서 우연히 이 회사를 알게 됐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힘들었다. 특히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졌을 때는 많이 힘들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던 동료들이 “북한은 왜 이렇게 양심이 없느냐”며 괜히 이씨를 몰아세웠다. 이씨는 “나도 이제 한국 사람인데…”라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후 서로 많은 대화가 이뤄지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지금은 동료애도 갖게 됐다. 그는 “처음엔 언어나 생활습관, 인식의 차이 때문에 기존 직원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같이 일하는 언니들과 점심도 먹고 집안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문화사 김경수 대표가 지난해 1월 처음 북한이탈주민을 채용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직원들은 “왜 굳이 그래야 되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휴일 근무도 자처하자 이들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졌다. 올해 4월 입사한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 김정순(26·여·가명)씨는 “내가 잘못하면 한국에 살고 있는 북한 출신 모두가 손가락질 받게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성 성인문화사 관리본부 차장은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인 근로자보다 언어 소통이 쉽고 근로기간 제한도 없는 데다 순수한 면이 많다”며 “여건이 되면 채용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은 2만1191명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들의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해 지난해부터 ‘북한이탈주민 중소기업 취업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덜어준다는 취지다.
올해 3월엔 지원 대상과 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을 위탁했다. 중기중앙회는 한국경제 이해 및 취업 교육을 진행하고 중소기업 현장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28일과 30일엔 각각 경기도 광명과 일산 킨텍스에서 채용박람회를 연다. 이구수 중기중앙회 산업인력팀 차장은 “올해 1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취업 인원 200명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포=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