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저축은행도 공개하라”… ‘나쁜’ 은행 구조조정에 고객 문의 폭증

입력 2011-09-26 18:26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나쁜’ 은행을 골라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고객으로부터 ‘좋은’ 저축은행은 어디냐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6일 “최근 예금을 믿고 맡길 만한 은행을 추천해 달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면서 “단순히 경영진단 결과만을 두고 추천하기는 어려워 공시자료를 참고해 달라고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일단 돈을 빼긴 했지만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금리에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은 탐탁지 않은 고객들이 우량 저축은행을 찾아 금융당국에 직접 문의하고 있는 것이다.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강도 높은 전수조사를 마친 만큼 영업정지를 당한 은행뿐 아니라 실적이 좋은 은행도 공개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금융당국은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데 선뜻 추천했다가 나중에 경영상태가 악화될 경우가 문제다. 또 당장 경영진단 결과가 좋다고 해도 영세한 업체가 많아 한순간에 망가질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섣불리 추천했다가 ‘책임론’ 역풍을 맞을까봐 우량 저축은행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처신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같은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불과 1년 만에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이번 경영진단은 예전과 달리 매우 엄격하고 강도 높게 진행됐다”면서 “금융당국이 옥석을 가려냈다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좋은 저축은행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