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뚝뚝’ 달러화 ‘쑥쑥’ 위안화 ‘훨훨’… 왜?
입력 2011-09-26 18:22
그동안 위기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며 동반 상승했던 국제 금값과 달러값이 거꾸로 가고 있다. 연말까지 온스당 2000달러를 가뿐히 넘길 것이라던 금값은 급락세를 타고 있고,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 달러는 위기 우려에도 “그래도 달러만한 게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연일 강세다. 이에 미국 경제에 과도한 달러 강세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중국 위안화는 신흥국에서 유일하게 투자자들이 몰려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왜 금값 떨어지나=안전자산인 금 선호현상은 선진국발 위기로 투자가 쏠려 최근까지 대세로 통했다. 올 초 온스당 1400달러 선에서 시작한 금값은 35%의 급상승세를 거듭해 지난 5일(현지시간) 1900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1639달러까지 급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충하거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이나 은을 팔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도 촉발되고 있다.
반면, 금융위기 이후 부양정책으로 약세를 띠던 달러화 가치는 강세로 돌아섰다.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4주간 무려 6% 오르며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축통화인 미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달러 강세는 재정긴축으로 미국 내 수요창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출기업 실적 저하→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져 미국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한 신흥국들은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의 독주=그러나 신흥국 통화 중 중국 위안화만은 홀로 강세다.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26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373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로, 위안화 가치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절상됐음을 의미한다. 위안화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 아래 투자 대안은 중국밖에 없다는 시장 판단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에서 거래되는 위안화인 CNH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강세에 따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덜 받는 CNH 환율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투매현상 탓이다. 홍콩과 중국 본토의 위안화 환율 차이는 2.5%나 벌어졌다.
한편, 리다오쿠이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년 내 위안화가 다른 통화들과 규제 없이 환전 가능한 통화가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 상원은 다음 달 ‘위안화 환율조작’ 대응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