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 코스닥 하루 7조5300억 증발… 개미들 피눈물

입력 2011-09-26 21:32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는 26일 하루 종일 개인 투자자의 하소연이 빗발쳤다. “시장이 어떻게 됐길래 이렇게 막무가내로 폭락하느냐” “도대체 언제까지 떨어지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8% 이상 추락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개인이 너도나도 주식을 내던지면서 코스닥지수는 400선마저 위협했다. 코스닥은 매매 비중의 90%가 개인투자자인 ‘개미들의 시장’이다. 연중 최저치는 물론 2009년 3월 23일(409.23) 이후 2년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지수로 밀려났다. 코스닥시장에서만 이날 하루 시가총액 7조5300억원이 사라졌다.

모든 업종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1007개 종목 가운데 무려 190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의료·정밀기기(-11.66%), 화학(-11.11%), 운송장비(-10.98%)의 하락 폭이 컸다.

각종 증권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글로 넘쳐났다. 투자전략을 상의하기보다는 추락하는 지수를 지켜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 때문에 먹고 사는 기관이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지수를 보호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야속한 마음을 드러내는 투자자도 있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밤 뉴욕 증시의 상승세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융위기 불안감에 휩싸였던 개인 투자자들이 뒤이어 무섭게 매도세를 높이면서 코스닥지수는 결국 400선까지 추락했다. 개인은 195억원어치를 홀로 팔아치웠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3억원, 104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크게 출렁인 이유는 그간 ‘참고 또 참은’ 개인 투자자들이 일거에 주식을 내던졌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에는 “테마주도 의미가 없다”는 비관론이 퍼졌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지난달과 달리 중소형 내수주가 대형 수출주보다 나을 게 없다는 생각이 급격히 퍼지면서,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에 지친 개인들이 한번에 매도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 등 지수가 하락할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할 투자세력이 없다는 점도 코스닥시장의 취약 요인이다. 코스닥 시장운영팀 관계자는 “기관들이 주식 비중을 줄일 때는 코스피가 아닌 코스닥부터 매도한다”며 “기관이 판 뒤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가 더욱 큰 폭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와 함께 코스피지수도 연중 최저치를 갱신하며 주식시장은 올해 최악의 날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1644.11까지 추락하면서 장중 기준으로도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