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 고삐 풀린 환율, 8월 경상수지 추이에 달렸다
입력 2011-09-26 21:32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등세(원화가치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할 ‘8월 국제수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월 경상수지가 적자가 될 경우 환율 오름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며 시장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경상수지 추이에 관심 집중=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로존이 달러 확보를 위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빼오려는 상황이 이어지는 한 환율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26일 환율은 전 영업일보다 3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12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23일 정부가 개입해 환율을 떨어뜨렸지만 약발은 하루를 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8월 국제수지 추이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상수지가 18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외국인들의 의구심으로 인해 환율급등세가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 무역수지 흑자는 4억7000만 달러에 그쳤고, 전통적으로 8월은 휴가철 해외여행 급증으로 서비스수지가 적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8월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나마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도움을 줘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거둔다. 하지만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유럽 시장이 냉각하면서 수출 효과도 미지수다. 이로 인해 9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수요의 감소로 IT 등의 수출 호조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9월 1∼20일 무역수지는 4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9월 무역수지가 18억 달러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수출호조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와 달러 확보→환율 하락이라는 선순환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증권사도 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달러화 자금 확보 경쟁과 역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매수 쏠림현상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내에 하향 안정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우려는 기우”=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 등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현재 은행의 단기 외채 등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지도 않겠지만, 빠져나간다고 해도 그보다 많은 여유 금액이 있다”면서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율변동 폭이나 증시 변동성 등을 봐도 우리가 유독 더 걱정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지난주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려웠는데 앞으로 1∼2주 사이 조금씩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