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공연단 ‘꿍따리 유랑단’ 네티즌들이 살렸다
입력 2011-09-26 19:37
가수 강원래(42)씨는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8년 4월부터 이끌어 온 장애인 공연단 ‘꿍따리 유랑단’이 올해 들어 재정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꿍따리 유랑단은 지난해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연간 5000만원을 후원받아 경비를 충당해 온 단체. 그런데 올해부터 이 지원금이 끊기면서 공연을 지속하기 힘들어졌다.
물론 지원금이 끊겼다고 올해 공연이 없었던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일회성 지원금을 받아 공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연간 20여회 펼친 공연은 올해 5회로 줄었다.
강씨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해법 마련에 골몰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온라인업체 싸이월드에서 네티즌들의 꿈을 공모, 채택된 한 명의 소원을 들어주는 ‘드림캠페인’ 행사를 벌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공연이 다시 활발해질 수 있게 힘을 보태 달라’는 내용으로 응모했다. 네티즌들의 성원이 잇따랐고 결국 강씨는 이 캠페인의 주인공이 됐다. 미약하나마 다음 달 6일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4개 지역 순회공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강씨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계속해서 공연할 수 있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저희에겐 ‘공연 스케줄이 있다’는 게 중요하거든요. 우리 얘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올해엔 (지원금 때문에) 공연할 수 없게 되니 참 힘들더라고요.”
지원금이 끊긴 것이 화가 나진 않는지 물었지만 그는 “정부를 야박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리 단체만 지원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우리는 2년 넘게 지원을 받은 만큼 괜찮다”고 덧붙였다.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강씨는 2004년 꿍따리 유랑단을 조직하기 전까지 전국 소년원을 돌며 강연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엔 매번 분위기가 비슷했다. 소년원생들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눈물로 호소한 강연이 끝나면 ‘보험금 많이 받아서 어디에 쓰셨어요?’ 같은, 상처가 되는 질문만 쏟아졌다. 그는 다른 방식의 강연을 고민했고 결국 지금의 꿍따리 유랑단을 생각해 내게 됐다. 실제 꿍따리 유랑단의 공연이 끝났을 때의 반응은 강연을 할 때와 달랐다.
“공연 전에 아이들을 만나면 ‘우리가 이런 걸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요. 그런데 막상 공연이 끝나면 달라요. ‘멋졌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놀렸던 아이들이 와서 감동을 주네요’라고 얘기를 해요. 그 어떤 강연보다 효과적인 거죠.”
꿍따리 유랑단엔 11명이 소속돼 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재능 오디션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tvN)에서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감동을 선사한 시각장애인 김민지(20)씨도 단원이다. 이날 인터뷰 자리엔 김씨도 동석했는데, 그는 “강원래 아저씨를 만나면서 삶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올 초에 강원래 아저씨가 가입하면 아이폰 사 준다고 해서 들어오게 됐는데, 춤이란 것도 여기 와서 처음 춰 보고 정말 행복해졌어요. 아저씨는 제가 무슨 질문을 해도 꼼꼼하게 설명해 주세요. 배울 게 정말 많은 분이세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