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NCCK 박용길 장로 애도

입력 2011-09-26 17:03


[미션라이프] 고(故) 문익환 목사의 부인으로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박용길 장로가 25일 소천 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유정성)는 26일 추모 성명서를 내고 박 장로의 죽음을 애도했다. 성명서에서 기장 측은 “생전에 고인이 민족의 화해에 앞장서고, 기도로 평화통일을 준비하셨던 것을 잊지 않고 따를 것”이라 말했다. 또한 “오늘의 남북관계는 평화협정 보다 정전협정을 지향하며, 인도적 지원과 소통이 아닌 분단고착화 위기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애도에 동참했다. NCCK 정의 평화국 이훈삼 국장은 “박 장로님은 1970~80년대 민주화 인권선교의 상징인 NCCK 목요기도회에 참석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셨다”고 회상했다. 이 국장은 박 장로를 “‘우리사회의 민주화, 인권, 통일을 이 시대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라고 고백하며 달려갈 길을 다 가신 분”이라 묘사했다.

박 장로는 1919년 황해도 출생으로 경기여고와 일본 요코하마여자신학교를 졸업했다. 도쿄 지역 한국 신학생 모임에서 문익환 목사를 만나 1944년 결혼했다. 1976년 문 목사가 민주구국선언서 사건으로 투옥되자 구속자가족협의회에서 활동했다. 1986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다.

1994년 문 목사 소천 후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민화협·통일연대 상임고문과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 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 명예대표를 지냈다. 1995년 6월 평양 방문에 이어 200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55돌 초청 인사로 방북했다. 2005년에는 남북화해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각막을 기증했다. 장례는 4일 동안 치러지며 28일 발인한 뒤 고인은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문 목사와 함께 합장된다.

다음은 기장 추모성명서 전문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 16:33)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하여 기도와 실천을 이어온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봄길 박용길 장로님의 소천 소식을 전해 듣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박용길 장로님은 고 문익환 목사님과 통일의 길을 동행하시고 그의 빈자리를 채우셨습니다. 남북의 형제 ? 자매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민족의 내일을 꿈꾸며 기도하면서 겨레의 어머니로서 남과북을 품으시며, 넓은 민족애로 통일로 가는 봄길을 내시며 믿음과 희망을 일궈나가셨습니다.

우리 기장 교단은 32만 기장의 성도들과 더불어 장로님의 서거를 아쉬워하며 생전에 뿌리셨던 평화와 통일의 씨앗이 멀지 않은 시점에 큰 열매로 맺어지게 될 것을 굳게 믿습니다.

오늘의 남북관계는 국민들의 염원과는 달리 여전히 분단의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평화협정 보다는 정전협정을, 인도적 지원과 소통은 막히는 분단고착화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을 위해 헌신하셨던 장로님의 열정과 헌신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현 정부가 남과 북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현 정부가 통일된 하나의 나라를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이것은 이 땅,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내리시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박용길 장로님의 뜻을 이어받아 남북의 한 핏줄, 한 민족을 갈라서게 하는 국가보안법이 어서 속히 폐지되어 민족의 하나 됨을 억압하는 악법들이 사라지기를 기도합니다. 조국의 분단을 이용하여 선한 국민들의 통일염원을 핍박하며 왜곡해 온 세력들이 박용길 장로님의 봄길을 걸으며 회개하기를 바랍니다.

땅이 하나 되고 분열 되었던 마음이 하나 되는 봄길이 열릴 때까지, 우리 기장은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화해와 통일을 위한 십자가의 행진을 힘차게 이어갈 것입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