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훈 온누리교회 신임 담임목사

입력 2011-09-26 10:03


[미션라이프] 이재훈(43) 목사가 지난 24일 공동의회를 통해 고(故) 하용조 목사의 뒤를 이어 온누리교회의 새로운 담임목사가 됐다. 지난 17일 이 목사가 온누리교회 당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교계 안팎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는 청빙 과정에서 급부상한 후보 중 가장 젊었고 목사 안수를 온누리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26일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거부할 수 없는 부르심, 거룩한 십자가라고 생각한다”면서 “겸손히 주님의 일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나님을 철저히 의지한 여호수아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민족의 지도자인 모세의 뒤를 이어간 여호수아에게 무한한 능력으로 같이 해주신 하나님만을 오로지 청종할 것이라는 고백이다.

-혹시 그동안 하 목사님으로부터 암시를 받은 적은 없었는가.

“조심스럽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온누리교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나가듯이 말씀하신 적은 있었다. 국내 유명교회에서 담임목사 청빙이 진행될 때 ‘왜 저는 추천을 안 해 주시냐’고 농담 삼아 말씀을 드렸는데. ‘당신을 생각하는데 왜 추천해’라고 하신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진지하게 그 말씀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 제 자신이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하 목사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사랑을 받았다. 교회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미국유학을 떠날 때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해주셨다. 게다가 뉴저지초대교회가 후임을 청빙할 때 하 목사님이 적극 추천을 해주셨다. 당시 경쟁률이 높았지만 최종적으로 된 것은 하 목사님의 힘이었다고 생각된다.”

-‘온누리호’ 선장이 되는데 뉴저지초대교회 담임목회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이민교회 경험은 목사로서 삶의 터닝 포인트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에 가기 전 온누리교회 부목사로 있을 땐 나는 전형적인 사역형, 실무형이었다. 이민교회 담임목사가 된 뒤 목양이 무엇인지 절절히 알게 됐고 공동체를 위한 목양적 리더십을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한인교회는 결코 사역중심이 될 수 없다. 철저하게 목양 중심이어야 한다. 뉴저지초대교회엔 훌륭한 리더십이 많았다. 30∼40대에 미국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 진입한 좋은 교인들과 다양하게 교제를 하면서 국제적 감각을 갖추게 됐다. 또 미국을 통해 세계를 볼 수 있는 시야 또한 넓어졌다. 그리고 온누리교회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부목사 시절, 온누리교회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맞춤전도집회를 기획하는 등 창의적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미국 상황에 맞도록 교회정관을 만들었다. 6년마다 담임목사 재신임제도를 도입했다. 1년여 간 준비해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하 목사님의 보이지 않는 DNA가 스며들어서인지 뉴저지초대교회를 보다 역동적인 공동체로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사역중심에 머물지 않고 사역과 목양을 함께 감당할 수 있었다. 3년7개월 정도 뉴저지초대교회에 있었는데 부임 첫해 1000명의 성도가 새롭게 등록하는 등 적잖은 성장도 경험했다.”

-2008년 하 목사님의 다시 부르자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왔는데, 한국에 들어오는 게 힘들지는 않았는가.

“기도 가운데 하나님은 고국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셨다. 마침 하 목사님의 부르심도 있었다. 그분의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언제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누리교회에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도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앞으로 한국교회의 부흥, 차세대의 부흥, 통일한국시대의 준비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겠다고 결심했었다.”

-미국 경험이 이번 청빙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은 분명했던 것 같다.

“예장 통합 교단법에 따르면 타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면 청목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이 꽤 까다롭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거칠 필요가 없게 됐다. KPCA(미국한인장로회)와 예장 통합이 협정을 맺고 같은 교단처럼 목회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PCA에 소속돼있는 뉴저지초대교회의 담임목사를 했기 때문에 임명만 하면 된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것인데 두 교단의 협정에 따라 첫 번째 혜택을 보게 됐다. 모든 게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이다.”

-온누리교회는 ‘기수문화’가 없는 것 같다.

“하 목사님은 복음주의적 열정과 정신을 갖고 있다면 신학교 출신을 따지지 않으셨다. 예전에는 온누리교회 안에 루터교, 감리교 출신도 있었다. 같은 학교 출신이 많으면 서열화 되기 쉽다. 하 목사님은 그것을 매우 경계하셨다.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는 교회를 어지럽힐 수 있다. 하 목사님은 성령님과 예수님 중심, 말씀과 헌신 중심의 사역을 중시하셨다.”

-앞으로 어떠한 목회자가 되겠는가.

“온누리교회 성도 중 40대 이하가 70∼80%에 달한다. 그만큼 젊은 교회다. 담임목사로 결정해주신 건 젊음의 가능성과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역자간에 어떤 균열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부목사와 담임목사는 서로 다른 장르이다. 나는 하 목사님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다. 또한 하 목사님을 대체하는 인물이 돼서도 안 된다. 하 목사님의 유지를 받들어 팀워크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과 조율, 사전 기획을 통해 ‘영혼의 지휘자’가 되고 싶다. 각 파트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지휘자 역할을 하고 싶다. 아울러 내 자신이 드러나지 않고 팀을 세워가는 촉매제가 되겠다. 각 위원회 장로님들과 교역자들과 하모니를 이뤄나갈 것이다.”

△이재훈 목사는=명지대(국제통상학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신학/목회학 M.Div),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신학석사 학위 Th.M)를 졸업. 고든 콘웰신학교 목회학박사 학위과정 이수. 온누리교회 부목사, 기독월간지 ‘빛과 소금’ 편집장, 미국 뉴저지초대교회 담임목사 역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