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귀국은 대재난”… 예멘, 내전 위기

입력 2011-09-25 19:02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갑작스런 귀국으로 예멘에 내전 발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살레 대통령 귀국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 당국이 무자비한 시위 진압에 나서 이날 하루 동안 40여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예멘군은 이날 시위대가 모여 있는 수도 사나의 ‘변화의 광장’을 향해 박격포 공격을 퍼부었다. 도심 건물 지붕 곳곳에 배치된 저격수들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의료진은 시위대 최소 28명과 이들을 경호하던 군인 1명이 이날 숨졌고, 거리 곳곳에는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전했다.

살레 대통령의 아들 아메드가 이끄는 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와 중앙보안부대는 예멘군에서 이탈해 공화국수비대 기지를 장악한 알리 오센 알아마르 소장 휘하의 제1기갑사단을 공격했다. 이날 교전에서 알아마르 부대원 11명이 전사하고 112명이 다쳤다고 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한주간 양측의 충돌로 14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아마르 소장 측은 “정부군의 공격에 방어만 할 뿐 공세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근 걸프 국가와 미국, 국제사회에 살레를 저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살레 귀환을 ‘대재난’에 비유하며 그로 인해 예멘은 대혼란을 겪고 있고 내전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 정세 분석가들도 살레의 갑작스러운 귀국은 (내전이 벌어져도) 자신이 군사적으로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라비아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는 양측에 휴전을 촉구하고 권력이양을 골자로 하는 GCC의 중재안에 즉각 서명하라고 살레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미국은 예멘 정부에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살레 정권은 (즉시 권력이양이 아니라) 내년 1월에 선거를 치르고 싶어 한다고 디르크 니벨 독일 개발부장관이 24일 전했다.

니벨 장관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은행 연례회의에서 아부 바크르 압달라 알키르비 예멘 외무장관을 따로 만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살레 대통령은 25일 국영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