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위기의 오바마, 빌 클린턴과 골프 라운딩
입력 2011-09-25 19: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의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 내 골프장에서 주말 골프를 즐겼다. 두 사람이 골프 라운딩을 가진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 두 전·현직 대통령의 첫 골프 회동은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라운딩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냈던 윌리엄 데일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 클린턴 전 대통령 핵심 참모인 더그 밴드가 함께했다.
골프 라운딩 사실이 전해지자 워싱턴 정가에서는 당장 “오바마가 클린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백악관은 골프 약속이 언제 결정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들은 지난 21일 오바마가 뉴욕에서 열린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CGI)에 참석했을 때 골프 회동 약속이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약속이 급히 잡혀진 것이다. CGI는 클린턴이 주도하는 기구다.
골프 회동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현 상황이 오바마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오바마의 여론조사 지지도는 40%대 초반으로, 집권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또 지난 8일 경기회복을 위해 발표한 일자리 창출 법안이 공화당으로부터 거의 무시당하고 있는 수준이다. 일자리 창출은 내년 재선을 위한 오바마의 최우선 국정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진영에서 폭넓은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클린턴과 좋은 관계를 내보이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다. 더구나 민주당과 진보 진영 내부에서는 ‘오바마로서는 내년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의견에 이어 급기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두 전·현직 대통령이 주말 골프를 가졌다고 발표하면서 “두 사람은 지난 2년반 동안 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 때때로 의견을 교환해 왔다”고 밝혔다. 또 “오늘과 같은 기회를 또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클린턴은 지난 18일 CBS 방송 인터뷰에서도 오바마의 부자 증세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의 골프회동은 ‘진보여,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