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으로 기아 어린이에 새 생명을” 월드비전 평화누리공원서 ‘기아체험 24시간’
입력 2011-09-25 18:54
허기진 하루였지만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23일 오후 5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초등학생부터 주부, 직장인까지 각계각층의 시민 2000여명이 모였다. 국제 구호개발 기구 월드비전(회장 박종삼)이 주관하는 ‘기아체험 24시간’에 참여하기 위해 쉽지 않은 발걸음을 한 사람들이다.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 김민지(21·여)씨는 올해로 두 번째 기아체험에 참여했다. 김씨는 굶주림에 죽어간 지구촌 곳곳의 어린이들을 기리고, 기아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기아체험에 참여했다. 김씨는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아체험 첫날 오후 기근을 피해 밀려드는 난민들을 생각하며 난민촌을 직접 만드는 일을 했다. 이튿날은 아동보건 캠페인, 5세 미만 아동 사망률 감소를 기원하며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대형 숫자 ‘5’ 만들기 활동 등을 벌였다. 충남 천안에서 온 박경민(14)군은 “배고프고 밤엔 춥고 낮엔 더운 환경에서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됐다”며 “하루에도 100만명씩 먹지 못해 죽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올해 기아체험은 ‘비무장지대(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영화제와 함께 진행됐다.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영화배우 유지태씨는 기아체험 참가자들에게 이달 초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소년병 피해 청년들을 직접 만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영화제 행사 수익금 일부는 월드비전을 통해 소년병 지원 사업에 쓰인다.
1993년부터 시작돼 19년째 진행되고 있는 월드비전 기아체험은 참가자들이 굶주리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의 삶을 24시간 동안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나눔을 실천하도록 하는 자원봉사 축제다.
박종삼 회장은 “3초에 한 명씩, 연간 약 880만명의 어린이가 기아와 질병으로 숨지고 있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다”며 “많은 사람이 기아체험을 통해 세계의 아픔을 이해하고 빈곤 퇴치에 공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