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 푸틴의 귀환…‘24년 절대권력’ 꿈
입력 2011-09-26 01:13
블라디미르 푸틴(59·사진) 러시아 총리가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내년부터 대통령 임기가 6년인 데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어 당선 시 2024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이 경우 푸틴은 러시아 근·현대 역사에서 스탈린(3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장기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푸틴이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권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수년 전 합의한 일”이라면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관한 합의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의 출마 선언은 메드베데프가 제안하고 푸틴이 이를 수락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편 푸틴은 메드베데프에게 12월 총선에서 선거 승리 시 총리직을 맡는 연방후보 명부 1순위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두 사람이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맞바꾸겠다는 것으로, 현대 정치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2000~2008년 이미 대통령직을 연임한 푸틴은 2008년부터는 ‘실권형’ 총리로 러시아를 이끌어 왔다. 내년 3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24년간 통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푸틴은 지지율이 60%를 넘는 데다 뚜렷한 경쟁 후보가 없어 당선이 확실시된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서기장은 냉전시대 18년간 소련을 집권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최근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자본 이탈 움직임이 상당 부분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나는 차기 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그는 기자들에게 “나와 메드베데프의 경제 정책은 다르다. 그는 군사 분야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지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쿠드린은 푸틴의 최측근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러시아 경제를 연착륙시킨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총리직에 야심이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쿠드린의 반발에 크게 놀라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야권도 “정치와 경제가 한동안 정체할 것”이라면서 권력 맞바꾸기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리셋 외교(적대관계 재정립)’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