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표 전차 또 부실 우려… 전투장비 1t 늘었는데 이전 중량으로 시험평가 강행

입력 2011-09-25 18:35

방위사업청과 군 당국이 K-2(흑표) 전차의 전투중량 변화를 무시하고 시험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25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자칫 개발사업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이 방사청의 ‘국산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 시험평가서’를 분석한 결과 흑표의 전투중량이 당초 55t에서 올 3월 56t으로 증가했다. 전투중량은 전투를 벌이기 위해 각종 장비를 장착한 상태의 중량으로, 흑표의 경우 국산 파워팩이 무거워지고 장비 일부가 추가되면서 중량이 늘었다.

방사청은 국산 파워팩으로 인해 전투중량이 늘어난 데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이상 유무를 의뢰했고, 1t이 증가해도 기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55t을 기준으로 시험평가에 들어갔으나 흑표는 최고속도, 가속성능, 최대출력 냉각시험 등 3가지 항목에서 기준에 미달했다. 최고속도의 경우 통과 기준이 시속 70㎞였으나 평가 결과는 69㎞였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32㎞에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가속성능은 8초가 기준이나 실제는 9초를 넘겼다. 더구나 이 시험이 중량 기준을 55t으로 한 것이어서 56t을 기준으로 시험할 경우 기동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55t으로 시험평가를 강행한 데 대해 방사청은 “이미 상당 부분의 시험평가가 진행됐고, 다음달 말까지 각종 시험평가를 마치기 위해서는 56t을 기준으로 다시 시험평가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남은 기간 성능 향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개발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변경된 전투중량을 적용해 시험평가를 해야 사업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부실한 판단을 내린 ADD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