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간부가 소녀시대 회사 찾은 까닭

입력 2011-09-25 19:04

이달 초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 외교통상부 고위 관리가 찾아왔다. 김상일 문화외교국장이었다.

김 국장은 김영민 대표이사를 만나 “소속 가수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혹시 정부가 도울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또 “앞으로 해외 공관을 통해 현지 공연을 적극 도울테니 고충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국장이 이 회사를 찾은 것은 최근 한류의 선두에 선 ‘K팝’이 일본, 유럽 등지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민간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잘 몰랐던 유럽 젊은이들이 K팝을 계기로 ‘한국 공부하기’에 나서거나 한국 방문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김 국장은 25일 국민일보 기자에게 “K팝이 최근에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에서까지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장기적으로 이들 국가에서의 외교활동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요즘 외교가에서는 “문화외교가 정치외교를 압도하는 시대가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마침 SM엔터테인먼트 측은 11월 초 소녀시대의 페루 공연을 추진 중이었는데, 몇 가지 어려운 점이 있어 외교부의 제안에 반색했다고 한다. 김 국장은 “공연사들이 왕래 경험이 적은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통관, 경호 측면에서 애로사항이 많아 현지 공관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정부가 공연사들을 돕고, 공연을 통해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 공연사나 정부 모두 윈-윈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